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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알뜨르에 평화가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7.10.17

[제주일보]‘알뜨르에 비가 내린다/비에 젖어 바다가 올라오고/섬이 따라 올라온다./​일제 36년/땅을 잃고, 고향을 잃고 쫒겨난/알뜨르 사람들이 아픔이 올라오고/ ​눈물이 올라온다./올라와 알뜨르를 껴안고/비로 운다/비가 내리면/​먼 바다를 떠돌던 조선의 혼령들도 올라온다/올라와 알뜨르에 묻히기를 기원한다. ’(졸시: 알뜨르, 2006)

제주섬 서남부 끝자락 평원, 저 알뜨르는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다. 나는 알뜨르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이 넓은 땅에 군사용 비행장을 건설(1931~1935)했다.

​상모리 사람들은 땅을 잃고 쫓겨났다. 그것만이 아니다. 비행장 공사에 모두 강제 동원되기도 했다. ​동네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아픔이 올라왔다. 나라 잃은 슬픔, 땅을 빼앗긴 백성, 육체적인 고통으로 인해 모두 울었다.

1937년 일제는 비행장의 규모를 늘렸다. 비행장의 활주로가 북북서-남남동의 축으로 건설되었다.

특히 항공기 보호시설인 ‘격납고(格納庫)’를 20기나 건설했다. 격납고는 경량급 전투기를 입고(入庫)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 비행기를 ‘제로센’이라고 불렀다. 격납고는 너비 20m, 폭 10m, 높이 4m의 구조물이다. 내부는 너비 15m, 폭 6m, 높이 3.4m의 공간이다. 20기 전부가 똑같은 형태와 구조를 갖췄다. 제로센 항공기는 ‘가미카제(神風)’라는 자살공격용 1인승 전투기다.

1944년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군사시설을 확충했다. 제국주의 일본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를 강점하기 위해 광활한 알뜨르 비행장을 축조한 것도 모자라 모슬포항 건설, 송악산 진지동굴과 곡사포 구축, 모슬봉 아래 군영막사(大村兵舍) 등을 설치했다. 1945년 패망한 일본군은 철수했다. 1950년 6·25가 발발하자 모슬봉을 중심으로 육군 제1훈련소가 들어섰다. 이곳 병영에서 100만 강병을 배출했으니 강병대(强兵臺)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쟁사(史)를 빛냈다. 장병을 위한 강병대 교회의 십자가는 70여 년이나 온 누리에 빛을 발하고 있다.

​6·25 때 그 알뜨르에는 거제도 다음으로 ‘중공군 포로수용소’가 설치되었다. 섬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밤이면 중공군은 피리를 불었다. 그들은 향수에 젖어 애처롭게 피리를 불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소름이 끼쳤다. 한국 근대사의 굴곡이 살아 숨쉬는 곳. 저 알뜨르가 들썩이면 제주섬이 요동친다고 말한다.

슬픈 역사와 모슬포 일본 전적지는 모두가 관광자원이다. 산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일제의 흔적들은 훼손된 곳이 많으나 오늘날 모슬포 전적 유적지를 관광자원화하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추사적거지-알뜨르-발자국 화석-송악산 절경-최남단 마라섬’을 연계하는 관광사업은 절묘한 착상이다.

2010년 세계에서 6번째로 환태평양 평화 소공원이 이곳 알뜨르에 조성됐다. 모슬포 앞바다와 송악산, 비극의 알뜨르 비행장을 조감할 수 있고 태평양 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평화 소공원은 제주도민들의 평화에 대한 갈망을 반영했다. 역사적 명소로 국내·외에 알려졌다.

격납고 주변에서 알뜨르의 상처(조선의 혼령)를 어루만지는 제주비엔날레 미술전시가 열렸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미술전시는 강제노역의 아픔을 보여주며 제로센 전투기를 재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알뜨르 비행장과 ‘제로센’은 80여 년 전 알뜨르를 껴안고 흘린 눈물의 증거일까? 격납고들은 제주도를 일본군의 출격기지로 이용한 시설임을 보여준다. 등록문화재 제39호(2002년 5월 31일)로 보존되고 있다.

비엔날레 미술전시에 이어 고향을 잃고 쫓겨난 알뜨르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줄 묘안을 발굴하자.

알뜨르에 비가 내리는 날 이곳에 묻힌 조부모님 묘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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