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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조약 반대"...'글과 말' 통한 애국인사 기록수고본(手稿本)과 충의신휘(忠義新彙)'
제주일보 | 승인 2017.10.12
‘충의신휘(忠義新彙·著者親筆 新訂本·1911)’ 서문

[제주일보]우리가 고서점이나 골동점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필사본(筆寫本)이다. 필사본이란 활자나 목판 등 인쇄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쓴 책을 말한다.

대부분 어떤 책의 일부를 베낀 초본(抄本)인 경우가 많지만 그 가운데 아주 특별한 필사본이 있다. 바로 그 책의 지은이가 직접 쓴 자필원고(自筆原稿)로 수고본(手稿本)이라고도 한다.

필사본은 책의 특성상 한 번에 한 권 밖에 쓸 수 없는 책이다. 게다가 지은이가 직접 쓴 수고본은 세상에 딱 하나 뿐인 책인 관계로 관련 연구자나 소장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에 입수된 '충의신휘(忠義新彙)'도 그런 수고본이다. 이 책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조약에 반대하여 상소운동을 벌인 ‘대한십삼도유약소(大韓十三道儒約所)’에 참여했던 하천(霞泉) 김용식(金溶植)이 직접 쓴 책이다.

지은이는 분성김씨(盆城金氏)로 창릉 참봉(昌陵參奉)을 지냈으며 유약소 활동 당시 임원으로 부총무(副總務)를 맡았다. 그는 5년여 후 상소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총 망라해서 상중(喪中)이던 1911년에 이 책을 완성했다. 책의 제목에 신정(新訂.새롭게 고침)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으로 보아 이전에 쓴 초고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글자의 크기나 사용된 먹물 차이 등을 보아 책이 완성된 후 다시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 ‘오적참간장(五賊斬奸狀)’ 등 다섯 장 가운데 1913년(癸丑)에 쓴 지은이의 글이 포함되어 있어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은 그 즈음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은 1905~6년의 국권회복 상소운동과 ‘대한십삼도유약소’ 활동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서문에는 “죽음으로 임금에게 보답하는 것을 충절(忠節)이라 하고, 살아서 보국(輔國)하는 것을 현량(賢良)이라 하는 데, 혹자는 충절은 쉽고 현량이 어렵다”고 하지만, “충절과 현량은 상하(上下)와 경중(輕重)이 없이 하나”이며, 1598년 명나라의 정응태(丁應泰) 무고사건 때 명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정구(李廷龜)의 예를 들면서 ‘글과 말(筆舌)’을 통한 나라를 위한 충성도 종묘사직을 지키는데 중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지은이가 왜 이 책을 지었는지 짐작케 한다. 국권을 상실하는 국가적 위기 상태였던 을사조약 당시의 지식인 가운데 자결을 택한 순국지사도 있고, 지은이 자신과 같이 살아서 상소운동을 한 애국인사도 필요했음을 밝힌 것이다.

‘대한십삼도유약소’의 도약장(都約長)은 자결을 택한 송병선(宋秉璿), 부약장(副約長)은 의병활동을 하다 대마도에서 순국한 최익현(崔益鉉), 평의장(評議長)은 도학(道學)으로 국권 회복을 꾀한 전우(田愚), 찬성장(贊成長)은 자결한 조병세(趙秉世)였고, 찬성원(贊成員)에는 민영환(閔泳煥)도 있었다.

혹자는 을사조약과 같은 국가적인 위기를 맞아 유학적 교양을 갖춘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한가하게 상소운동이나 했다고 비판하지만...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후손들이 조상 땅을 찾겠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지금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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