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부영주 칼럼 "아침"
도민에게 '공짜'보다 '꿈'을 주었으면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10.01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겼을 때. 사회계몽활동을 했던 윤치호(尹致昊 1865~1945)선생은 “공짜 좋아하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고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고, 독립해도 정신적인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가는 곳마다 강조했다.

그의 친일(親日) 행적 때문에 조선인을 공연히 비하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공짜 심리’가 망국(亡國)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 않은가. 옛날부터 한국인은 어지간히 공짜를 좋아했는가 보다. 가진 재산이 많든 적든 아무 대가 없이 거저 주겠다는 금품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사회학자들은 우리가 봉건사회에서 급격히 자본주의 사회로 이전되면서 건전한 자본주의 윤리를 뿌리 내리지 못하고 편법·탈법이 판을 치게 된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공짜라면~’ 속담은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만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공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공짜에 눈이 멀면 독극물까지 서슴없이 받아마시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엄중한 경고는 외면되고 공짜의 유혹이 두드러지게 위세를 떨치는 일이 다반사다.

공짜로 고가의 물품을 주겠다고 속이는 야바위꾼의 수법은 고전이다. 추첨해서 선물을 거저 주겠다고 바람을 잡은 뒤 속아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당첨 번호를 준 뒤에 세금만은 내야 한다는 식이다.

요즘 ‘떨이’를 앞세운 파격적 할인 판매의 일상화도 인간의 심리적 허점을 노린 경우가 많다.

‘창고 대방출’, ‘재고 정리 폭탄 세일’, ‘폐업 앞둔 긴급 처분’ 식으로 크게 적은 호객 문구와 함께 ‘80~90% 할인’을 1년 이상 내거는 상점도 드물지 않다. 모두가 공짜 심리를 이용한 속임수다.

▲정치도 이런 공짜 심리를 십분 활용해 ‘고무신 선거’, ‘돈봉투 선거’를 해오다 선거법이 엄격해진 이후로는 아예 당 차원에서 각종 ‘무상(無償) 공약’을 남발하면서 표심을 훔쳤다.

무상 공약은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뒷전에 두고 노인, 어린이, 여성과 빈곤층 등 취약계층에 공짜로 주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선거 후에 어떻게 되든 말든 그건 나중의 일이다. 문제는 이런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무상 프레임’은 먼저 제시하는 쪽이 늘 유리하다는 데 있다.

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 ‘몰인정 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는 까닭에 상대편에서 꼬치꼬치 따지기도 힘들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정치권 전체가 선거철만 되면 무상의 늪에 빠지는 이유다.

8개월여 앞둔 제7대 지방선거도 그렇게 흘러갈 조짐이다. 벌써부터 ‘복지 포퓰리즘’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공짜 좋아할 때가 아니다. 경제 성장동력을 일으키는 데 정치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 앞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리스크 등 부정적 외부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 최저 임금인상, 구조개혁 답보 등은 내부적 걱정거리다. 성장동력의 추락을 막지 못하면 외환위기 때처럼 비참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복지도 성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런 상황인줄 알면서도 정치권은 ‘공짜 심리’에 편승한 복지 포퓰리즘에 매몰돼 각종 복지 공약을 쏟아 놓을 것이다. 정말 ‘공짜-망국’의 길로 들어설까 두렵다.

내년 6·13지방선거에선 도민들이 선거용 복지 공약을 멀리할 수 있는 안목과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

유권자를 생각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정당이나 후보들을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

긴 추석 연휴다. 지방선거를 뛰는 선량(選良) 후보들은 도민에게 ‘공짜’보다 ‘꿈’을 주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포토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고충처리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사로 25 3-5층(삼도이동, 수정빌딩)  |  대표전화 : 064)757-3114
광고·구독:757-5000  |  편집국 FAX:756-7114  |  영업본부 FAX:702-7114
법인명(단체명) : 주식회사 제주일보방송  |  등록번호 : 창간 1945년 10월1일 / 1964년 1월1일 등록 제주, 가 0001
대표자명 : 김대형  |  발행인 : 김대형  |  편집인 : 부영주   |  편집국장 : 홍성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대형
Copyright © 2017 제주일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