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불교의 始原(시원)을 찾아
가야불교의 始原(시원)을 찾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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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중앙종친회 사무총장 대행/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약 2000년 전 인도 아요디아 허황옥 공주가 한국에 와서 김수로왕의 왕후가 되었던 일, 잘 알고 있습니다(2016. 5.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 한국 국빈 방문 연설).

허왕후는 인도 아유타국 왕실의 공주 신분이다. 아유타국(阿喩陀國)은 오늘날 인도 북부 네팔 아래에 위치한 소도시 아요디아(Ayodhya)다. 고대 성지로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등 사원이 밀집한 종교성지라 할 수 있다. 람神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아요디아 옆으로 사라유(Sarayu)강이 흐른다. 인도인들이 저마다 윤회와 환생을 기원하는 순례 지역이다. 허황옥은 16세에 일행 20여 명과 함께 사라유강에서 배를 타고 먼 항해 끝에 김해 앞 바다에 도착(A.D 48)했다.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근거지로 가야국을 창건(A.D42)한 김수로왕과 혼인하여 왕비가 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논점이 이어진다. 첫째 인도공주 허황옥이 안전 항해를 위해 배에 싣고 온 ‘파사석탑(婆娑石塔)’은 불교의 남래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인가?

허공주와 같이 왔다는 오빠 장유화상(長游和尙: 禪師)을 두고 가야불교를 해석하는 일이다. 그는 가야에 불교를 전파했을 뿐 아니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를 안내하여 성불(成佛)에 이르게 한 이로 인식한다. ‘파사석탑’은 가야 최초로 창건(452)된 호계사와 관련된 불교의 상징 유물로 보고 있다. 석탑 형태는 인도 혹은 남아시아적 불교문화와 일정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가야시대에 건립한 대왕사, 장유사, 왕후사, 명월사, 은하사, 월정사, 거덕사 등 사찰은 ‘김수로왕과 가락불교’, ‘허황옥과 가락불교’를 이해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둘째 김수로왕은 붓다의 성도(聖都)이자 영원한 고향인 동인도 불교 최고의 성지 ‘부다가야(Buddha gaya)’를 의식하여 불교식 나라 이름인 ‘가야국’ 혹은 ‘대가락’(大駕洛)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그런 방향에서 해석하고 있다.

수로왕이 왕궁 자리를 점지하면서 ‘십육나한’(十六羅漢)과 ‘일곱 성인(七 聖人)을 마음에 둔 것도 왕의 불교관을 엿볼 수있다. 왕은 불교의 주요 개념을 내세울 정도로 불교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었다. 수로왕은 호불왕(護佛王)으로서 가야의 터전을 굳게 다진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다. 수로왕의 8대손 질지왕은 선대의 뜻을 받들어 대왕사와 왕후사를 건립함으로써 불교 공인을 재천명했다.

가야는 불교적 이념에 의해 600여 년이나 나라를 통치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상징인 철의 제조와 수출을 통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었다. 선박 등 고도의 조선(造船)기술을 주축으로 대륙과 해양 여러나라와 교역하여 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에 대등한 ‘사국시대’(四國時代)를 형성했다. ‘가야불교’를 논의하는 과정에 가야에 관한 인식이 필요하다. 흔히들 ‘가야국’이나 가락국이라 하면 경남 김해를 본거지로 삼은 가야만을 생각한다. 가야는 전기의 금관가야(김해)와 후기의 대가야(고령)로 구분하는데 모두 가야제국을 주도한 나라다. 이들의 정신문화를 꽃피웠던 불교의 전래와 문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요청된다.

80년대 이후 ‘가야사연구’가 본격 등장했다. 대학마다 ‘가야사연구소’가 설치되었다. 근간에 ‘가야사연구와 복원’을 두고 역사 학계에서 논쟁이 뜨겁다. 가야사와 ‘가야불교’가 학술대회의 주제로 등장한다. 특히 가야지역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통하여 지역의 정체성과 관광자원을 확보하고자 했던 의도가 가야사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불교계는 ‘가야불교’의 재조명에 앞장서고 있다.

김수로왕이 금관가야를 창건한 서기 42년은 가야국의 건국 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왕에 의해 법제적으로 공인된 가야불교의 시원년이기도 하다. 가야불교가 삼국시대 불교보다 3백여 년이나 앞서 들어온 것으로 판단한다. 역사적인 사료(문헌)와 고고학적인 유적, 유물의 부족은 가야사와 가야불교의 연구를 제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 학계, 불교계 그리고 자치단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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