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와 중소 제조업체의 우울
긴 추석 연휴와 중소 제조업체의 우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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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올해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이 됐다. 유례없이 긴 연휴를 맞는 제주사회 한 편에서는 즐겁고 들뜬 분위기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착 가라앉고 우울한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을 경기 진작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사드’ 여파로 움츠렸던 제주관광업계는 모처럼 맞은 이 추석 대목을 매출 확충의 기회로 삼아 총력을 벌이고 있다. 여행업체에서는 국내·외의 인바운드 상품 수주와 함께 도민들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아웃바운드 상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추석 연휴에는 사상 최대의 국내·외 관광객이 제주에 들어오고, 도민들의 국내·외 여행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호텔, 골프장, 요식업계, 전세버스 렌터카업계, 면세점과 관광 마트 등도 추석 대목 경기를 예고하면서 조금 흥분된 상태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들떠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제주지역 중소 제조업계는 우울하다.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다. 매출은 줄고 자금 부담은 늘면서 마냥 들떠서 즐거울 수만은 없는 장장 열흘의 추석 연휴를 맞고 있다. 또 한계 상황의 자영업이나 중소 제조업체 종사자들은 여행은커녕 생활물가 앙등으로 명절나기조차 팍팍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올해 추석 명절을 맞아 도내 45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추석 자금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자금 사정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자금 사정에 대해 ‘곤란’하다고 대답한 업체가 48.9%로 지난해 조사에 비해 무려 24.6% 포인트가 늘어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10년 이후 시행한 추석 자금 조사에서 가장 나빴던 2011년(42.8%)보다도 웃도는 것이다. 제주도내 중소 제조업체가 추석을 맞는 사정이 이렇게 음영(陰影)이 짙고 크다. ‘한(寒)가위’라고 하는 말이 이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정부는 추석 자금난을 덜기 위해 올해도 민생 안정 대책이라는 걸 마련했다. 중소기업에 추석 특별 자금 등 27조원, 소상공인에게 1조6000억원을 지원하고 공공조달의 납품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연휴 직후인 다음 달 10일이 마감인 4대 사회보험 납품 기한은 늘렸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효과가 더 높은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민 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연휴만 늘린다고 내수 진작, 경기 활성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도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보다 따뜻한 추석을 맞을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추석(10월 4일)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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