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119센터 실습을 마치고
항만119센터 실습을 마치고
  • 제주일보
  • 승인 2016.01.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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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제주한라대 응급구조과

찬바람 부는 겨울. 내 대학생활 중 두 번째 실습인 소방실습이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에서 시작됐다. 내 장래 목표가 구급대원이기 때문일까. 설레고 두근되기도 했지만 당장의 현장에서 혹시나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실습 첫날, 반장님들이 구급차 내의 수많은 장비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고 우리가 직접 해볼 수 있게 도와줬다. 시작부터 당황하게 했던 건 들것의 무게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그냥 빈 들것도 무거워서 허덕이는데 환자가 누워있는 상황이면 어떨까 아찔했다. 그렇게 구급차 장비도 확인하고 센터 주위를 돌며 각 장비 위치를 알아보는 중 출동지령이 울렸다.

개에 물린 환자로 신고받아 출동했으나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어 환자는 택시를 타고 바로 병원에 갔다고 해 귀소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자해환자였다. 환자는 주취상태였고 엄지손가락에서 손목까지 칼로 자해해서 출혈이 심한 상태였다. 반장님은 구급차 내에서 환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려 했지만 정맥로가 확보되지 않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습 전, 구급 출동은 정말 긴급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단순 주취자, 구급차를 교통수단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용이 잦아 자칫 응급처치가 필요한 이들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이유다.

지금까지 실습을 통해서 나는 더 멋있는 구급대원이 되기를 꿈꾼다. 또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5년 뒤 내가 타 있을 구급차 안에서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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