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근심을 내려놓고 일상에 휴식을
고민·근심을 내려놓고 일상에 휴식을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09.0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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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 나를 가볍게 하는 책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선선한 바람이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가을이다.

청명하고 높은 하늘 아래서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가을은 최고의 독서 계절이라 불린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을바람, 감성을 울리는 책부터 마음의 양식을 쌓는 책까지 무겁던 고민과 근심을 내려놓고 일상에 휴식을 더할 수 있는 책들을 만나보자.

한 편의 시처럼, 관람객 없는 전시회장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올곧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휴식 같은 책들을 소개한다.

▲일상의 가치, 그 속에서 느끼는 작가의 소회(所懷) ‘금강산의 메아리’(서경림·수필과비평사·좋은수필사)=수필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쓸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문학이다.

책은 소소한 일상의 모습과 제주의 바다, 해녀 그리고 금강산의 메아리까지 저자가 경험하고 듣고 느낀 다양한 모습들의 일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길 두길 깊은 물에/미역 따고 생복 따고/속 편해서 제일 좋구나,’

궂은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한 결 같이 가족을 생각하며, 모험 속에 헌신하는 해녀들에게서 찾는 구원의 여인상 등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소중함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천천히 써내려갔다.

마라도에서 금강산으로, 가시나무부터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장소와 소재에서 느낀 작가의 사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본질에 대해 다시금 되묻게 한다.

“오로지 명경지수로 쳐다보고 있으면 자연이 바로 보이고, 온전한 정신이 되어, 그대와 나는 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평화의 소리이다.”

과거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일어났던 전쟁과 긴장, 민족의 고난에 대해 금강산의 메아리를 통한 상처의 회복, 평화의 가치를 찾는 작가의 고뇌는 책의 백미다.

어느덧 찾아온 가을. 작가의 작은 소회(所懷)가 가득 담긴, 우리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수필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일 년에 시 몇 편 읽으시나요?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휴머니스트)=가을, 마음도 스산해져서 서점에서 시집 한 권 구매하려 해도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은 어떨까. 교과서에서 봤던 시와 같이 어렵지 않은 시들이 소개돼 있다.

책은 저자 정재찬 교수의 친절하고도 재미나는 이야기가 곁들어진 책이다.

우리 일상에 가득한 유행가 가사, CF, 영화 등 그 속의 친숙한 주제들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너무 쉽게, 혹은 가볍게 읽혀서 이렇게 읽어도 될까 생각할 만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를 읽고 즐길 권리를 뺏긴 젊은이들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가 어렵다면, 어떤 시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먼저 권한다.

▲자신감을 찾고 싶은 나 ‘자존감 수업’(윤홍균·심플라이프)=왜 하는 일마다 안 되는 걸까? 무언가에 결핍감에 시달리듯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자존감까지 사라질 때가 있다.

상대방의 반응이 두려워 눈치 보는 것, 작은 말에 상처 받는 것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책은 마치 자전거 타는 법과 넘어지지 않고 오래 타는 법,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 등 자존감을 회복하는 친절한 팁들이 가득하다.

누구나 쉽게 느끼는 상황,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라고 마음의 응어리들을 조심스레 풀어준다.

뒤처지는 기분, 포기하고 싶은 마음, 희망을 놓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면 ‘자존감 수업’으로 다시금 나를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기억의 폐허 속에서 찾은 청춘의 한 마디 ‘지평’(파트릭 모디아노·문학동네)=일평생 일관되게 기억과 정체성, 고립에 대해 탐구해온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이다.

상처와 고립 속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던 날들을 버티게 해준 청춘의 시절을 환기해가며 연인과의 기억을 더듬는 이 책은 어둠 속을 여행하는 듯 한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뚜렷한 결말을 기대하기 어려운 어두운 야간열차는 뜻밖에도 새벽이 밝아오는 정차역에 멈춘다.

예상치 못한 결말, 어둠이 아닌 새벽이 기다리는 책의 말미는 우리네 삶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불확실하고 늘 어둡다고 생각한 우리의 미래에는 밝은 새벽의 태양이 떠오르지 않을까. 읽는 이로 하여금 자그마한 희망 한 조각을 남기는 책이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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