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에 주민 놔둔 채 먼 공원으로 가는 119
지척에 주민 놔둔 채 먼 공원으로 가는 119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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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119의 기본이 뭐냐고 시민들에게 물어 본다면 열에 아홉은 ‘신속한 출동과 구조’라고 답한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위급한 상황에선 더더욱 119의 신속한 출동과 구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부분 119센터는 구조구급의 대상인 시민들의 주거·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소재하고 있다. 서귀포시 동홍 119센터가 가까운 곳에 지역주민들을 놔둔 채 먼 곳에 있는 생태공원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다.

동홍 119센터는 오랜 기간 동홍천 복개지에 있는 서귀포시민회관에 둥지를 틀어 활동해 왔다. 그런데 서귀포시민회관 철저사업으로 문제가 터졌다. 서귀포시는 현재의 시민회관을 헐어내고 대신 도로 맞은편에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회관 건물을 사용하던 동홍 119센터가 외톨이 신세가 됐다. 결국 서귀포시와 서귀포소방서는 걸매생태공원 주차장 용도를 변경해 이곳에 동홍 119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걸매생태공원은 다 아는 것처럼 서귀포시 서홍동에 소재한 천지연 폭포 상류다. 동홍 119센터는 동홍동을 비롯해 정방동 중앙동 천지동 서홍동 송산동 등 서귀포지역 6개 동을 관할하고 있다. 걸매생태공원으로 옮겨갈 경우 서홍동을 제외한 나머지 5개동으로 출동시간이 길어질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 동홍 119센터에서 3~4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동홍동 주공아파트와 대림아파트까지 출동시간이 8~9분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긴급 구조신고가 접수돼 현장까지 7분 이내에 도착해야 하는 이른바 ‘소방골든타임’에서 벗어난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목표 시간 관리제 등을 통해 골든타임 확보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시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동홍 119센터의 걸매생태공원 이전은 분명 문제다. 119센터가 들어있는 건물을 헐어내고 대신 그와 유사한 기능을 담은 시설을 인근에 조성하면서 사회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 119센터를 배제시킨 정책은 납득이 안 된다. 엄밀하게 문화체육복합센터가 이 일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119 센터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시설인지 의문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119차량에 길을 터 줌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길 위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는 ‘나도 저처럼 될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생명존중의 공감대가 일반 시민들의 가슴깊이 자리 잡은 때문이다. 일분일초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동홍 119센터의 ‘먼 곳으로 이전’은 일반 시민들도 아는 일분일초의 소중함을 정작 119가 모른다는 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내보인 꼴이다. 그러고도 도로상에서 길 터달라는 ‘시간구애’를 시민들에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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