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에 대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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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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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관광객은 꺼져라(Tourists, Go Away!)”, “당신은 지금 이 곳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You Are Destroying This Area).”

누구나 생애 한 번쯤 다다르기를 꿈꾸는 물의 도시 베니스.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베니스에서 거칠고 낯선 시위의 풍경과 메시지들이 세상을 향해 타전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는 시민들이 올라탄 선상 시위대가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아선 채 저마다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인구 5만5000여 명의 베니스를 찾는 하루 평균 관광객은 6만 명. 사육제(謝肉祭) 기간이면 무려 17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쏟아져 내린다. 베니스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남기고 가는 소음과 쓰레기와 혼잡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베니스의 골목골목 관광을 반대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우리의 마을을, 도시를,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도시와 국가의 관광정책을 향해 곳곳에서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집으로 가라(Tourists go back home!).” 남유럽에서도 ‘관광 포비아’가 올 휴가철 유행이다. 포비아(phobia)는 공포증(恐怖症) 또는 공포장애(恐怖障碍)를 말한다.

스페인에서만 한 해 75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른바 ‘관광객 과밀’ 현상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1년에 20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다녀가지만 주민들은 불과 5만5000여명이다.

거주민보다 300배가 넘는 수위의 외지인이 다녀간 베네치아에는 거대 유람선과 이들이 남긴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하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주거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숙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세를 과도하게 높이고 아름다운 도시 미관을 더럽힌다고 주장한다.

숙박요금은 숙박을 제공하는 주인이 정하며, 에어비앤비는 숙박 예약을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한국을 비롯한 190여 개국의 60만여 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제주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역경제를 살렸던 관광업이 ‘사람들을 마을 바깥으로 내쫓고 환경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주지역 곳곳이 ‘마을 내쫓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 월정리 해안과 함덕리 해안만 살펴봐도 그렇다. 함덕리 해안은 외지자본이 투입되어 호텔이 마을 중심부까지 자리 잡고 말았다. ‘우리가 점령당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원주민 내면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밀려들던 우리 제주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진작부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제주관광 포비아 현상은 이제 심각한 수준이다.

진정 관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지금 관광이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현지 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하는 유럽의 정치권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관광 포비아 현상이 제주에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관광객들은 집으로 가라!”는 함성이 터질지 모른다. 제주 원주민의 내면에는 일찍이 제주관광 포비아 현상을 체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제주항에 정박한 거대 유람선과 제주공항에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우리 제주는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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