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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차 단속 CCTV 확대의 조건
제주일보 | 승인 2017.08.13

[제주일보] 불법 행위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상의 방책은 예방에 치중하는 것이다. 아무리 엄한 처벌을 내린다고 해도 불법 행위로 인한 시민 피해를 되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가 불법 주·정차 단속용 고정식 CCTV 50대를 추가 설치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CCTV 추가 설치는 상습 불법 주·정차 구간의 순회성 인력 단속에 한계가 있고, 단속 구간이 광범위해서 단속이 한시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이의 신청과 단속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CCTV 설치가 우발적이거나 비이성적인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쉽게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서울과 제주도 등 전국에서 운영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CCTV가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주시의 조치가 주민 생활보호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는 감시의 렌즈가 번득이는 ‘빅브라더’의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무리 불법 주·정차가 없는 ‘편안한 삶’을 우선 꼽는다 하더라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CCTV 설치에서 녹화 테이프에 대한 관리까지 어떻게 CCTV를 운영할 것인가에 따라 얼마든지 ‘죄 없는 개인’의 정보가 누출될 우려도 크다.

이런 종류의 CCTV 설치는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 정보유출 문제 등으로 이미 외국에서 숱한 논란을 빚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나 캐나다 등은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불법 주·정차 단속용 CCTV 설치 효과가 실제적 효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불법 주·정차가 CCTV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확한 효과 분석도 없이 불법 주·정차 단속만을 위해 이곳 저곳에 CCTV를 세워 놓으면 훗날 생각지 않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CCTV 확대 설치의 전제 조건이 ‘주민들의 공감대’만으로는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원칙을 세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CCTV를 설치해야 할 지역으로 판단하는 근거, 주민 공감대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 방법, 카메라 렌즈의 초점 방향과 설치 위치 선정, 녹화 테이프의 보관 기한 등 사후 처리 기준, 개인 정보 누출에 대한 벌칙 등 세세하고 치밀한 원칙들이 마련돼야 한다. 제주시는 이런 원칙들을 다음 달 행정 예고전에 확정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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