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걸쳐 방대한 고전용어 풀이 '대성과'
10여 년 걸쳐 방대한 고전용어 풀이 '대성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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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번역 용어용례사전
동양고전번역 용어용례사전(전8권, 한국학자료원, 2016) 표지.

[제주일보] 우리가 고전(古典)을 읽을 때, 때때로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나 글자를 접하게 된다. 그 뜻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 저 책 찾아보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답답할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도 그러할진대 번역을 할 때는 오죽 답답하겠는가. 이럴 때 필요한 책이 공구서(工具書 조사·연구에 참고가 되는 사전·자전·색인·연표·연감 등의 책)이다. 하지만 막상 믿고 쓸 만한 공구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예전의 우리네 현실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님들이 남겨 놓은 책을 읽을 때 제일 많이 참고했던 사전은 1960년 일본에서 출판된 모로하시 데츠지(諸橋轍次)의 '대한화사전(大漢和辞典,전13권)'이다. 그 외에도 대만의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전10권)'이 있었고, 최신판으로 각광 받았던 것도 1994년 출판된 중국의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전13권)'이었다. 그 때 함께 읽던 분들은 선조들의 글을 읽는 데 참고하는 사전이 모두 다른 나라의 책이라는 것에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었다.

그 즈음에 우리나라에서는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에서 1992~96년 한국한자어사전(韓國漢字語辭典,전4권)을 간행해서 우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고, 같은 연구소에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전16권)'을 완간하여 한국한자어사전과 함께 총 20권에 53만 단어의 뜻과 출전을 수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자사전을 완성했다.

지난해 말에도 우리나라 공구서 분야의 커다란 성과로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에서 '동양고전번역 용어용례사전'(전8권,한국학자료원,2016)이 출판된 것이다. 연구 집필진의 10여 년에 걸친 작업으로 기본용어 1만537개, 간찰용어 4726개를 포함한 표제어 풀이 1만8907항목, 출전풀이 8758항목, 용례풀이 2만2094항목 등의 방대한 내용을 수록한 전문 사전이다.

동양 고전 번역에 필요한 기본 어휘들은 물론 간찰(簡札 편지)에서 특수하게 사용되는 용어나 우리 고유의 한국식 한자어, 각종 동식물 및 기타 불교·역사·건물·제도 등과 관련된 어휘를 포함하고 있고, 역대 각종 문헌에 보이는 다양한 용례의 원문과 번역, 유의어, 출전 등을 두루 수록하고 있어 우리 고전을 번역하는 데 유용한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중국에 있을 때 그들에게서 가장 부러웠던 점 중에 하나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존재하는 수 많은 공구서들이었다. 물론 많은 전문 인력을 적은 비용으로 편찬 동원할 수 있었던 중국의 현실적인 상황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공구서의 중요성을 알고 먼저 지원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구서의 편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학문에 대한 열정 만을 담보로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고된 작업을 한 대학연구소나 개인에게만 떠맡기는 것은 이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사회적 이슈(issue)로 떠오르는 '열정페이'(熱情+pay)와 뭐가 다른가?

‘고생만 하고, 남들이 알아 주지도 않는다’는 비아냥에도 묵묵히 이 소중한 사전을 완성한 ‘일개 대학연구소과 소속 연구원들’에게 경의(敬意)를 표하는 바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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