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의 귀환'…당구장·볼링장이 변한다
'복고의 귀환'…당구장·볼링장이 변한다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7.08.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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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 가득한 당구장 없어진다…동호회도 활발
클럽 분위기 락볼링장, 대기 시간만 1시간 '인기'

[제주일보=정용기 기자] “80~90년 대의 당구장이요? 담배연기로 가득한 너구리 소굴 같았죠. 내기 당구를 치고 다툼이 일어나 조용한 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변하고 있어요. 대회가 활성화되고 동호회도 생기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레저 활동으로 자리매김했죠.”

지난 9일 오후 8시쯤 찾은 제주시 연동의 한 당구장. 10여 개가 넘는 당구대는 이미 대부분이 이용 중인 상태였다. 당구인들이 3구, 4구 등 한창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아쉬운 탄성과 큰 환호가 들리기도 했다.

보통 이 시간대면 퇴근한 직장인들은 동료와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이거나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한다. 하지만 요즘 40~50대 아재들은 당구장으로 향한다.  

▲복고의 귀환…70대 노인도 당구 매력에 빠졌다 
당구장이 변하고 있다. 80~90년대 자욱한 담배연기로 가득했던 당구장은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중·고등학교 특기 스포츠로 지정되고 각종 대회와 동호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당구연맹에 따르면 현재 도내 당구 동호회는 40~50개로, 2010년 4~5개에 불과했던 동호회가 7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동호회가 증가함에 따라 도내에서도 다양한 당구 대회가 열리고 있다. 도 대회를 비롯해 동지역 단위 읍·면 지역 단위 대회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폭넓은 층의 당구인 참가가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40~50대 아재들을 중심으로 고교 동문회에서 당구 동호회 창단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오현고등학교 동문들이 창단한 당구 동호회 ‘현당회(회장 김진형)’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제주제일고등학교 동문들도 이에 질세라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진대헌씨(38)는 “당구 문화가 이렇게 달라진 데는 무엇보다 당구 동호회, 친목회 역할이 컸다”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나름의 규칙이 생기고 사회 변화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준씨(39)씨도 “가볍게 몸을 풀 수 있고 당구가 치매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70대 노인분도 동호회 모임에 항상 참석하고 매일 당구장에 나와서 연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술 대신 당구 즐기는 “나는 당구마니아”
마니아층에 힘입어 도내 당구장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16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100여 개였던 당구장이 점점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40~50대 아재들을 중심으로 당구인들이 새벽까지 당구장에 머무는 이유는 그만큼 시설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3구 전용인 대형 당구대 도입은 기본이고 회원제로 운영되는 당구장이 늘어나면서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당구 실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도 도입됐다. 당구대 옆에 놓인 수동식 점수판이 없어지고 컴퓨터가 들어섰다.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신의 구력과 승률, 에버리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점수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집계된다.

또 마니아층은 고가의 개인용 큐(Que)를 구입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노형동 소재 한 당구장에서 만난 방성민씨(41)는 자신의 큐를 보여주며 300만원짜리 무사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큐는 보통 공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하대 부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고가는 200만~400만원 대에 형성돼 있을 정도다.

방씨는 “자신만의 큐를 가지고 길들여야 구력이 일정해진다”며 “무엇보다 당구장 큐로 쳤다가 공이 잘 맞지 않는다며 큐를 탓하기 싫었기 때문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당구장 환경은 더욱 쾌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구장 금연문화 확산에 발맞춰 오는 12월부터 당구장 금연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도내 당구장에 흡연부스가 마련되면 비흡연자 또한 편하게 당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보 제주특별자치도당구연맹 회장은 “당구 동호인, 대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당구가 건전한 레저 활동으로서 학부모와 자녀들이 대화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도내 당구인을 비롯한 당구장 사장님들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구장에 이어 볼링장도 변화
실내 레저 활동의 변화는 당구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내 볼링장 역시 당구장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20대 초반 젊은 층으로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한 볼링장은 오후 9시쯤부터 형형색색의 야광 조명과 함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흘러나온다. 이용객들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가벼운 춤을 즐기는가 하면, 볼링을 치면서 가볍게 병맥주를 즐기기도 한다.

이곳은 새로운 유흥문화로 떠오른 ‘락볼링장’. 평일에도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28)는 “2차 회식 장소로 제격이고 클럽같은 분위기에서 볼링과 맥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친구들과도 자주 온다”고 호평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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