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악취·분뇨 무단배출 ‘공공의 적’
양돈악취·분뇨 무단배출 ‘공공의 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9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에서 최근 ‘호왕’을 맞고 있는 산업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양돈 산업이 나온다. 한우의 경우 전국적으로 내로라하는 ‘명품’들이 많지만, 적어도 돼지고기에 관한 한 ‘제주산 흑돼지’가 대한민국의 대세다. 제주에 오면 가장 먼저 먹어야 할 음식으로 돼지고기를 찾게 된다. 이 때문에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은 물론 요즘은 읍면지역에도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런 양돈 산업이 정작 적지 않은 도민과 관광객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다름 아닌 축산악취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다 잊을 만하면 축산폐수를 불법배출 사건도 튀어 나온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최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소재 한 채석장 바위틈으로 가축분뇨가 새어 나온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 채석장 바위틈에선 지난달 12일부터 인근 양돈장에서 무단방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200t 정도의 축산분뇨가 세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켰다. 이 채석장 반경 1km 이내에는 13곳의 양돈장이 있다. 자치경찰은 이들 중 일부 양돈장이 축산폐수를 ‘숨골’에 몰래 버리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치경찰 조사결과 문제의 가축분뇨를 몰래 버린 양돈장이 적발되겠지만, ‘숨골’에 가축분뇨를 무단으로 투기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숨골은 지표면에서 모인 물이 지하수로 가는 통로다. 이 통로에 가축분뇨를 흘려보냈다면 이는 곧바로 지하수 오염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제주전역에 공급되는 대부분 수돗물은 지하수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지하수 오염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곧 제주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주지역 양돈장은 300곳에 육박한다. 2015년 기준 매출액은 4000억원대에 이른다. 양돈 농가 1곳에서 평균 14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린 셈이다. 어지간한 중소기업 뺨치는 규모다. 그런 양돈 산업이 이처럼 돼지분뇨 무단배출과 악취를 발생시켜 지탄이 대상이 된다. 제주 양돈 산업을 지금에 있게 한 것은 깨끗한 지하수자원을 비롯한 제주의 청정 환경자원이다. 이는 도민 모두의 땀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주양돈업이 이를 망각해선 안 된다.

물론 일부 축산농가의 도 넘은 준법 불감증에 기인한 것이지만, 일부라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거듭되면 결국 그 책임은 제주 양돈 산업 전체가 질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은 이번 축산분뇨 불법배출 사건을 일으킨 농가를 신속하게 찾아내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축산분뇨를 불법적으로 처리하는 양돈장이 더는 없는지 촘촘한 감시망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나아가 제주 양돈농가들은 ‘제주의 이웃’을 곤혹스럽고 힘들게 만들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실천해야 한다. 제주와 공존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