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연극 관객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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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제주일보] 얼마 전 우리가 제작한 연극작품의 극작가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극작가가 제주까지 와서 자신이 쓴 연극작품을 보고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거의 없었고 또한 중앙에서 잘 나간다는 극작가 중 한 분과 연극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내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객으로 연극을 보다가 너무나 연극이 좋아서 직접 연극작업에 끼고 싶어 희곡을 쓰게 됐다는 그녀, 지역에서 37년이나 연극을 했다는 나를 보고 존경스럽단다.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리 부끄럽던지, 좋은 연극을 만들자고는 해왔지만 이렇다 할 자랑거리도 없었던 나로서는 부끄러웠다. 더욱이 그녀의 작품으로 수상도 못한 미안함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위로하며 했던 말 “상 받으려고 우리가 연극하는 거 아니잖아요?”

아, 그 말이 나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다 상쇄할 만큼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래 우리는 상 받으려고 연극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로하고 동료를 위로하고 관객을 위로하려고 우린 연극을 하는지도 모른다.

극단의 자생력을 가지라는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 아니 최근 들어 더 듣게 된 말 중 하나다. 극단의 자생력 누군 안 갖고 싶은가, 지원 없이 맘대로 작품을 하고 싶은 건 모든 예술가들이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자생력·인력·시스템·자본이 뒷받침이 안 되는데 어떻게 자생력을 가지라는 건지, 알다시피 공연수익도 거의 없는 판국에….

마케팅을 할 인력, 시스템도 전무한 지역극단은 거의 헤매는 수준이다.

아, 자본을 어디서 끌어와서 연극 제작을 해야 할까? 연극도 자본논리에 휘둘리는 시대에 헝그리 정신만을 강조하며 가난할수록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작품은 자본이나 시스템이 빵빵하다. 사실 극단입장에서는 작품을 만들어도 걱정이다. 흥행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다. 이 작품으로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아닐지만 고민해도 솔직히 버겁다.

요즘 극단은 어떤 존재여야 하나를 고민해보았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작품을 만들어서 파는 사람들’. 요즘은 후자가 극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논리가 예술행위를 버겁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극단에서는 작품을 파는 게 제일 힘들다. 극단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파는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 팔아줘야 수익이 생긴다. 그런데 극단에서 이 모든 걸 알아서해야하니 할 일은 많고 작품 팔 자신은 없고 할 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덤비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관객은 어디로 다 가버리고 극단 현실은 늘 열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원금으로 충당이 안 되는 공연장 건물세와 극단 운영비, 배우 연습비용 등 챙겨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극단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실패도 하고 다시 올리면서 보완하는 실험단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맘껏 공연할 수 있는 우리 소유의 공연장도 있어야하며 억울하게도 악순환의 연속이다. 주변에서는 문화예술지원이 다양해지고 지원금 규모도 커지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지만 가만 들여다보라. 지원금은 분명 규모도 커지고 다양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지원사업들이 거의 다 결과물에만 있지 않은가. 과정보다는 완성품에 대한 지원. 예술가를 지원해줘서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는 환경 제공이 아니라 헝그리정신으로 좋은 작품 만들란다. 그러니 예술가들은 늘 쫓길 수밖에, 배고플 수밖에, 예술을 경쟁으로만 몰고 가는 현재의 시스템이 예술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관객들과 작품을 놓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나의 작품이 누군가를 위로하고는 있는지,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에 고민이 많다. 그런데 연극 관객이 별로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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