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할까' 유행과 세 가지 惡材(악재)
'식당이나 할까' 유행과 세 가지 惡材(악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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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최근 제주지역 경제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음식점의 증가 추세다. 서울에서는 ‘제주도 가서 식당이나 할까?’ 하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음식점은 2010년 6273곳에서 2015년 8116곳으로 연평균 5.3%(총 29.4%)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국 평균 2.1%보다 갑절이 넘는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인구가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면 외식 산업이 번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를 마냥 즐겁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제주지역 음식점들은 2010~2015년 기간에 연 매출액이 업소당 1억1160억원에서 1억8180만원으로 70.2% 신장하고, 전체 음식점 매출액도 6999억원에서 1조4751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액 증가율이 전국 시·도 평균을 웃돌고 영업 이익도 2550만원에서 312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음식점을 하려면 제주도 가서 하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놀지 못해 문을 열고 뼈빠지게 고생만 하다 가진 돈 날리는 일이 다반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벌써부터 한 쪽에서는 문을 열고 다른 한 쪽에서 문을 닫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문을 닫는 음식점 자영업자가 10명 가운데 3명 꼴이라는 통계도 있다. 잘나가는 이른바 ‘대박’ 식당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겨우 먹고 사는 정도라고 한다. 절반 이상이 종업원을 두지 못한다. 수입이 적어서다. 음식점 창업의 증가를 눈시울 뜨겁게 봐야 하는 이유다.

몇 년 전 통계지만 식당 1곳 당 인구수가 미국은 416명, 일본은 140명인데 제주도는 2015년 현재 72명 정도다. 그러니까 72명을 상대로 해서 먹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중에는 외출을 별로 하지 않는 노인과 어린아이까지 포함돼있다. 물론 제주지역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라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 수요 요인이다.

문제는 세 가지 악재(惡材)에 있다. 내년 최저 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서 음식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식당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또 금리 인상은 발등의 불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임대료도 뛰었다. 식당 자영업자들은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매년 올리는 임대료 인상에 목이 매여있다. 머지 않아 닥쳐올 사회적 문제가 잉태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식당은 ‘은퇴자의 무덤’이며 ‘3년 내 폐업’의 다른 말이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노동자의 출현이라고 하는 것일 게다. 제주지역 음식점 창업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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