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 그 ‘불편한 진실’
제주경제, 그 ‘불편한 진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1.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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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중국발 ‘경제쇼크’가 전 세계 경제를 충격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4일에 이어 7일 오전 또 다시 중국 증시인 상하이 선전(CSI)300지수가 폭락,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데 이어 아예 거래까지 완전히 중단되는 등 중국발 경제쇼크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일본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회자됐는데, 2000년대 들면서 한국에 ‘경제독감’을 옮기는 주체가 중국으로 바뀌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중국의존도가 과거 미국과 일본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까지 한국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25.7%. 미국은 13.2%. 일본은 4.9%에 머물렀다. 미국과 일본을 합해도 중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국가 경제자체가 곧 수출인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 중국 경제여건은 곧 우리경제의 내일까지 가늠하는 나침반이 됐다. 제주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상황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 제주경제 전망이 밝게 나왔다. 한국은행제주본부와 제주발전연구원은 나란히 올해 제주경제 성장률을 5.2%로 내다봤다. 그런데 국내 각 경제연구소 등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7%~3%대로 보고 있다.

정부는 3.1%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을 놓고 볼 때 올해 제주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성장률의 갑절 수준에 이르는 ‘희망적 수치’임이 분명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제주 GRDP(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은 4.8%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제주본부 등이 발표한 지난해 제주 GRDP 성장률은 6.2%로, 이는 전국 최고의 성장률이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의 경제실상을 찬찬히 뜯어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고개를 내젓게 한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호남지방통계청이 실시한 ‘제주도민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7월 기준 제주지역 고용률은 68.2%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고용상태가 안정적인 상용근로자 비중은 36.2%로 전국 1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일용근로자 비중은 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비정규직 비중 역시 40.8%로 강원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제주지역 상용 5인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총액(지난해 10월말 고용노동부 발표기준)은 245만5000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임금 330만5000원의 74.3%에 머물렀다. 이는 분명 전국 최고의 경제성장률에 어깃장을 놓는 수치들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난 데는 관광수입 증가가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는 1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으면서 그만큼 관련 수입이 늘어난 때문이다. 그러나 그 관광수입은 제주전체의 수치상 경제성장률(지역총생산)을 상승시켰을지는 몰라도 제주경제 전반을 경쟁성장률 수치만큼 끌어올렸는지는 의문이다.

감귤을 비롯해 각종 농산물 가격이 줄줄이 폭락하면서 초래된 1차 산업 전반의 부진. 전국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지역이라고 내세우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냉랭한 체감경기가 버젓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현실과 경제지표간 간격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이부실(華而不實)’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중국 고대 변혁시대인 춘추시대 당시 진나라 양처보라는 관료가 출장을 나갔다 돌아올 때 노나라의 한 마을을 지나면서 생겼다. 양처보는 현재로 보면 게스트하우쯤으로 보이는 노나라의 한 객점에 머물렀다.

그런데 객점 주인이 양처보에 반해 그와 함께 홀연히 떠나게 된다. 그런 객점 주인이 양처보와 며칠 못가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왜 돌아왔느냐는 아내에게 “양처보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사람”이라며 “그를 따라갔다가는 이익을 얻기도 전에 재앙을 당할 것 같아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양처보는 1년 뒤 살해됐다.

지금부터 2500년전 이야기다. 여기서 유래한 화이부실은 ‘꽃만 피고 열매는 없다’ 즉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제주경제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경제주체인 도민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외형적 성장과 수입이 골고루 퍼지지 않는 경제는 곧 건강성을 상실한 경제다. 경제에서 내실(內實)을 멀리하면 허세를 만날 수밖에 없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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