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비리 관행' 뿌리 뽑아야
공직사회 '비리 관행' 뿌리 뽑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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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지방검찰청은 사기와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13명을 기소했다. 또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관여한 소방공무원 88명의 명단을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통보해 자체 시정토록 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소방공무원이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이 공무원들이 이처럼 무더기로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제주도 공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할 것은 공직 비리가 결코 처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이번에 검찰이 도 소방안전본부에서 감자를 캐는 것처럼 줄줄이 비리를 잡아냈지만 이는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공직 비리 관행(慣行)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번에 수사대상이 된 소방 공무원들은 자신의 비리 행위를 ‘관행’으로 여겼다.

납품 받지도 않은 소방 장비를 납품 받은 걸로 해서 돈을 빼돌리거나 구매 가격을 허위로 부풀려서 납품 받은 뒤 그 차액을 받아 편취하는 일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또 납품 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챙긴 돈을 개인이 쓴 경우도 있지만 부서 회식비로 쓰거나 사무실 운영비에도 썼다고 했다. 소방 공무원들이 ‘관행화된 비리’를 당연시 하고 있었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동안 소방안전본부가 개혁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왔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드러난 비리는 엄벌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 특별자치도가 취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왜 이런 비리가 관행화돼 있으며 그 관행의 구조는 어떻게 돼있는가를 소상히 밝혀내 근본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버리면 이 역시 지나가는 바람이 된다. 공직사회는 또 다시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되거나 ‘재수없이 걸렸다’는 생각을 가질 뿐 자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행정의 투명성 강화, 둘째는 소방 공무원의 처우 개선, 셋째는 감시체제의 합리화다. 특별자치도도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어느 한 가지도 철저히 시행하거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행정의 투명성과 처우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감시 체제도 ‘내 집 식구 감싸기 식’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중 한 가지라도 철저히 시정했으면 한다. 공식적인 감시 체제로 부족하다면 비공식 분야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 시민 감시 체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사건을 접한 도민들의 한탄을 깊이 새겨 듣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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