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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宗(세종)의 탄식, 우려되는 포퓰리즘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7.16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세종(世宗)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어루만져 준 성군(聖君)이었다. 지금 봐도 깜짝 놀랄 복지 정책을 펼쳤다. 그는 관청 노비들에게 출산 휴가를 100일씩이나 주도록 했다. 출산한 아내를 돌볼 수 있도록 남편 노비에게도 휴가를 줬다.

베풀어서 백성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농민에게 식량과 종자를 무이자로 빌려줬고 흉년에는 무상 급식을 실시했다. 빌려간 식량을 갚지 못하면 그 빚을 탕감해줬다. 요즘 말로 무상 복지, 포퓰리즘을 펼친 셈인데 그 결과 나라 곳간이 금세 바닥났다.

그래서 비상 대책을 세웠다. 빈민 선별 지원, 대출 원금의 강제 회수, 그리고 증세(增稅). 그러나 이 대책들은 모두 실패했다. 빈민 선별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가난한 백성은 원금도 갚지 못하고 그 때문에 관료들로부터 매질을 당하는 등 비리와 횡포에 시달렸다.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한 시도는 불만이 높아서 밀어붙일 수가 없었다.

해동(海東)의 요순(堯舜)이라 불렸던 세종이 스스로 탄식했던 정책 실패였다.

▲요즘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논란을 보면서 ‘세종의 탄식’이 새롭다.

정부나 지자체는 공무원을 증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은 국정과제다. 그런데 하필 늘리는 게 공무원인가? 또 비정규직의 차별을 막기 위해 정규직화 하고 최저 임금은 1만원으로 상향시키겠다고 나섰다.

비정규직의 설움은 해본 사람은 안다. 쥐꼬리 임금은 또 어떤가. 모두 정규직화하고 임금을 대폭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면 오히려 고용이 줄어 서민들이나 젊은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

원전도 대규모 개발사업도, 외국어고·자립형 사립고도 문제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의 진퇴(進退)는 깊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 시대의 패러다임은 복지와 환경이다. 그런 인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현실을 둘러 보면 한숨이 나온다. 대안이 마땅치 않고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이런 현실론을 바탕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영역에서 민심(民心)과 대중(大衆)은 다르다. 민심은 오류가 없는 국민들의 일치된 생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대중은 불특정 다수로 오류 가능성이 있다.

민심을 향한 정치가 민주주의라면 대중에 영합하는 정치는 포퓰리즘이다. 설령 포퓰리즘이라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면야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다면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곤란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규모 국책사업과 민간투자사업들이 불확실성이 가중된 원인도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요약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사업들이 국민과 도민에게 어떤 이익,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 따져보겠다고 한다. 과거 정부나 지자체는 국민과 도민의 이익을 따져보지 않았을까? 모든 일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양면(兩面)이 있다. 시각의 차이로 인해 기존 정책을 마구 뒤집으면 시장은 무너진다. 그래도 좋을 만큼 뒤집을 가치가 있느냐는 점은 깊이 논의해야 한다.

포퓰리즘엔 대가(代價)가 따른다. 경제학의 제1원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더 매몰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나 지자체 역시 지방선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매사에 표(票) 있는 곳으로만 달려갈 것이다.

미래 한국, 내일 제주도의 청사진은 ‘주민의견 수렴’을 운운하면서 바람 빠진 공처럼 쪼그라들지 모른다. 그 피해는 국민과 도민의 몫이다. 그게 뻔히 보이니 세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정책의 성패는 이상(理想)이나 정의감이 아니라 현실과 실제 가능성이다. ‘뜨거운 냉정’이나 ‘차가운 열정’이란 말은 시어(詩語)에나 등장하지 현실 영역엔 없는 말이다.

지도자의 덕목에는 원칙과 신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민감성과 실기(失機)하지 않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하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 그 첫번째다. 경제가 너무 어렵고 생존이 화두인 시기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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