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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별의 문고훈식. 제주어보전육성위원 / 시인
제주일보 | 승인 2017.07.11

[제주일보] 석별의 문이 크고 무겁다 함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이지 / 한 번 열면 크게 여니까 닫히지 않은 채 녹이 슬어 바람이 / 드나들긴 하지만 그건 바람이 아니고 밤을 밝히는 한숨소리 / 못내 꿈의 그림자를 흔들며 날이 새도록 창밖을 서성이지만 / 잡초도 꽃을 피우기에 영영 열린 문에서 바라보는 달빛이지.

자작시 ‘석별의 문.’

이별을 지구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시적 감각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만남과 이별은 지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만나서 헤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렵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서로가 이별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겁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 배신을 가장한 이별은 오히려 마음의 짐을 덜어 이별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도 홀가분할 수 있다. 이것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희비쌍곡선이다.

이별 중에 석별은 더 서럽다. 애석한 이별이라서 그렇다. 헤어져선 안 되겠지만 만나서도 안 되는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슬픈 긍정이므로 석별은 선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말하자면 이별을 감지한 사람끼리 공감대를 형성한 눈짓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석별의 문은 크고 무겁다고 설파한 거다.

석별은 영영 홀로 떠나는 여행과 같아서 ‘다시’라는 언약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고 석별의 문은 한 번 열리면 크게 열리니까 쉬이 닫히지 않은 채 녹이 슨다고 했음이다.

닫는다는 것은 눈을 감는다는 것. 문은 문대로 닫히면 그만이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문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항상 열어둔다는 의미로 바람 같은 것이 드나든다고 했다.

이별로 별리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석별을 나눈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오래 전에 웃었던 웃음을 떠올리고는 슬그머니 웃다가 어둠이 드리운 창가에서 한숨을 내쉬는, 어찌 보면 세월이 데리고 간 사람들이 남긴 유언 같은 것이다.

이별 많은 세상, 그 세월이 지나면 잡초나 다름없는 추억이나 키우지만 내가 떠나고 난 뒤 남겨진 것들은 황홀한 슬픔이 되거나 목마른 그리움이 돼 석별을 나눈 그대 마음에 오롯이 살고 있다면 저기 쓸쓸하게 누워 있는 나는 오래도록 잠들어야 하는가?

석별의 문이 왜 닫히질 않는지 알았으니 마음을 추스르고 밤길을 거닐며 석별의 문을 이별이라 하고 스스로 닫아야 하리라.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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