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돼 망각한 자연유산 ‘탐방예약’
1년도 안 돼 망각한 자연유산 ‘탐방예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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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한라산과 비자림 등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이 탐방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날마다 이어지는 탐방객들로 이들 유산이 야금야금 훼손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하는 관리관청은 보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천’을 머뭇거리고 있다. 제주도가 탐방예약제 시행을 공언했지만 시행은 차일피일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제도시행이 연기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 들어 한라산 국립공원과 성산일출봉 탐방객은 각각 52만여명과 125만여명에 이른다.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전체적인 탐방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시적 현상’으로, 여전히 적지않은 사람들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있다.

또 올 들어 비자림을 찾은 탐방객은 46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보다 20%이상 늘었다. 만장굴 탐방객도 37만명으로 지난해 보다 10% 증가했다. 이처럼 많은 탐방객이 이들 관광지를 찾으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 증가로 나타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한라산 남벽탐방로다. 한라산 남벽탐방로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수많은 탐방객들이 이용하면서 아예 등산로 자체가 붕괴됐다. 때문에 한라산 남벽탐방로는 현재까지 일반인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내년 초 통행금지가 끝나지만 개방까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 방문 관광객 증가는 주차장과 화장실, 쓰레기 처리와 같은 기반시설 포화와 자연훼손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탐방예약제다. 그런데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관리관청이 ‘개선책’ 시행을 미루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올 하반기부터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을 대상으로 탐방예약제 시행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연내 이들 문화유산지역에 대한 탐방예약제 시행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연구 용역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제주도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7년 제주도가 실시한 한라산 탐방객 적정수용 인원은 1일 5594명으로 이미 결론 난 상태다.

제주도가 탐방예약제 시행을 미루는 것은 제도 시행 후 나타날지 모를 ‘민원’을 우려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 충분하다. 지난해 10월 제주도는 올 하반기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탐방예약제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탐방예약제와 입장료 현실화가 함께 시행되면 탐방객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나아가 탐방예약제를 운영하고 차후 탐방 인원을 제한하는 총량제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제주도의 정책이 1년도 안 돼 손바닥 뒤집듯 사라졌다. 자연유산 보호라는 제주사회 전반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탐방예약제 시행을 미루는 지금 제주도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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