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盲(색맹)들의 잔치 D-339
色盲(색맹)들의 잔치 D-339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7.09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짙푸른 바다색의 더불어민주당, 붉은색 자유한국당, 녹색의 국민의당, 푸른 하늘색 바른정당, 노란 황색의 정의당….

두 달 전 대선은 이런 정당의 색깔들이 난무했다. 선거 결과 나타난 정치지도(地圖) 역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로 전국을 물들였다. 하지만 호남은 ‘블루 그린’ 청록(靑綠)이 부동(不動)이었다.

대선의 끝은 역시 내년 6·13 지방선거의 시작이다. 내년 6월 13일, 그 하루도 저문 뒤 이튿날 다시 그릴 정치지도는 또 어떤 배색(配色)일까.

정치의 색도 세월 따라, 세태 따라 흐르고 바뀐다. 1950년 1월 16일자 국무원 고시 제7호 국호(國號) 및 일부 지방명(名)과 지도색(地圖色) 사용에 관한 건은 전문 3개항이다.

1.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는 ‘대한민국’이다/ 2. ‘조선’은 지명(地名)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3. 정치구분 지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색은 녹색으로 하고 붉은색은 사용하지 못하며 우리나라의 색을 뚜렷하게 나타나게 하기 위해 이웃의 중국은 황색, 일본은 분홍색, 소련은 보라색으로 한다.

▲이 색깔 규정을 되돌아 보면 우리 정치의 색깔 변화는 그냥 변화가 아니라 놀라운 변이(變異)다. 짙푸른 바다색, 네이비 블루(navy blue)는 영국 보수당의 색깔이다. 영국의 전통 보수를 상징한다. 얼마나 보수당이 이 색깔을 사랑하면 당사에도 블루카펫을 깔았을까.

그런데 한국의 진보 세력인 민주당은 과거엔 황색을 사용하다가 이제는 이 네이비블루다. 붉은색은 한국 보수가 금지했던 색이다. 그런데 그 붉은색이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색이다. 레드? 콤플렉스? 그런 거 없다고 한다.

이젠 ‘아픔과 환희의 감정을 공유하는 붉은색’이라고들 한다.

지금 위기의 국민의당은 녹색이다. 지난 시절, 녹색은 광복과 새 나라 건설에 가슴 벅찼던 색깔이다. 바른정당은 하늘색. 이 스카이 블루(sky blue)는 네이비 블루와는 닮은 듯하지만 다르다. 중국 황색은 민주당이 사용하다가 이젠 정의당이 쓴다. 또 소련 보라색은 지금은 사라진 과거 통합진보당의 색깔이었다.

▲색깔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시인들은 영원의 세계를 흰색으로 말하고 죽음의 세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검정색이다. 붉은색·푸른색은 모두 생명의 세계를 묘사한다. 사랑은 붉은색이고 젊음은 푸른색이다. 계절을 표현할 때도 색깔이 들어가야 그 느낌이 묻어 나온다.

색깔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색깔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표현하고, 음악도 색깔에 따라 그 풍(風)을 구분하며 즐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감(色感)이 섬세하고 풍부하다. 푸른색을 표현하는데도 푸르뎅뎅, 푸르데데, 푸르께, 푸르죽죽, 푸르스름, 청색, 창창(蒼蒼), 청청(靑靑), 하늘색, 바다색, 에메랄드색 등 색감 묘사가 수도 없이 많다.

붉은색이나 초록색, 노란색 역시 그 표현이 부지기수로 많아 외국어로는 도저히 옮겨놓을 수 없을 정도다.

▲색상(色相)은 마음 속에서 느낌으로 그려진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색(色)이 생리적·물리적·화학적 특성 외에 감성과 도덕성·상징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색, 특히 옷의 색상은 바로 메시지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와 대처 전 총리를 비롯, 서구에서는 색깔을 통해 왕실 혹은 정당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낸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여야(與野)없이 자신의 정당 색깔의 재킷을 입고 다니면서도 도대체 이 색깔이 무슨 가치인지는 가물가물하다. 하기야 무슨 색이면 어떠랴. 어차피 색맹(色盲)인데. 벌써부터 푸른색과 빨간색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6개월 후면 이런 저런 색깔의 재킷을 입은 도지사 후보와 그 진영 사람들이 가시화된다. 빨강이 파랑 되고, 파랑이 녹색 되고, 녹색이 다시 파랑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감이 섬세한데 왜 정치만 하면 색맹이 되는 건가. 색맹들의 잔치가 D-339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