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같은 ‘AI 맹물 소독약’ 살포
코미디 같은 ‘AI 맹물 소독약’ 살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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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를 근절시키기 위해 민과 관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AI 차단을 위해 설치된 일부 소독시설에서 소독약을 타지 않은 채 물만 분사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AI확산을 막기 위해 애월읍 상가리와 구좌읍 한동리, 조천읍 조천리, 한림읍 금악리 등 4곳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닭과 오리 사육농가가 밀집된 한림지역에 설치된 두 곳의 소독시설에서 지난 12일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넘게 소독약품을 희석하지 않은 채 물만 뿌려댔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실무자의 착오로 소독제를 타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며, 확인 후 즉시 시정했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는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곳은 거점 소독시설이 아니 추가 시설로, 방역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주시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라면 과연 몇 명이 이에 수긍할지 의문이다. 타지방에서 반입된 오골계에서 시작된 제주지역 AI파동은 청정제주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훼손시킨 것은 물론, 선량한 양계농장들까지 대거 피해를 당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닭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먹어 온 일반 시민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닭 사육농가는 물론 이와 상관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곤혹스럽고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인 제주도까지 나서 AI확산 방지와 나아가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방역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치된 것이 소독시설이다. 그런데 그 소독시설에서 소독약을 타지 않은 채 맹물만 소독약으로 뿌려댔다는 것은 어디 코미디 프로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제주시의 해명대로 현장 실무자의 단순 착오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제주시는 거점 소독시설 및 일반 소독시설을 운영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해당 시설에 대한 소독약품의 공급과 희석, 살포 등 전 과정을 점검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제주시의 해명대로 하루가 넘는 기간 맹물을 뿌려도 방역망 자체가 뚫린 것은 아니라지만, 실제 이곳을 통해 AI가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제주시는 이번 사고(?)와 관련, 유사 사례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제주가 이번에 AI에 뚫린 것도 어떻게 보면 별다른 의심 없이 타지방에서 구입한 오골계를 반입해 시중에 유통시키면서 시작됐다. 물론 이에는 해당 농가의 과실이 크다. 폐사하는 오골계를 발견했으면 유통을 금지하고 당국에 신고만 했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부주의와 방심이 큰 화를 부른 셈이다. 이번 제주시의 맹물소독 또한 이 같은 선상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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