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판도라의 상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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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중문고등학교 교사

[제주일보] 오랜만에 사랑하는 제자에게 마음을 듬뿍 담은 손편지를 받았다. 요즘 아이들은 손편지 쓰는 것 보다는 스마트폰이 익숙하여 마음을 담은 편지가 그리워질 때이다. 사랑이(가명)는 또래 상담반 학생이며 친구들과 관계도 좋고, 후배들에게는 멋진 선배이다. 사람을 좋아해서 장래 꿈이 상담가이며 우리 학교의 모든 이벤트를 잘해내는 활동가이다.

사실 우리 학교는 특성화학교로 중학교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가진 학생이 대부분이고 공부보다는 다른 재능이 많은 친구들이 다닌다. 의료특성화학교라서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추고 국가고시를 당당히 치러 내는 멋진 친구들이다. 활동적인 체육대회라든지 사과데이, 작품 발표, 장기자랑, 캠페인, 어울림활동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재능을 한껏 뽐내는 아이들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이 멋진 장래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도록 지원하는 일이 정말 좋다. 교실에서는 조용하던 아이들도 체육대회 때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앞에 나가 응원을 하고 자신의 숨은 끼를 마음껏 발휘한다. 긴긴 많은 랩 가사를 모두 외우고 춤을 추고 달리기를 한다. 평소에 협동심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던 친구들도 자기반 아이들이 달릴 때 만큼은 온 힘을 다해 응원한다.

목청껏 외쳐 목이 다 쉬었다. 이틀 동안 체육대회를 하는데 너무 좋단다.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열지 않은 판도라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너무나 기대가 된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이다.

판도라의 유래는 제우스가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명을 내려 만들었다. 신들은 판도라에게 한 가지씩 선물을 주었다. 그리스어로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란 뜻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장신구를 선물하였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헤르메스는 달변의 능력을 선물하였다. 특히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 하나를 선물한 후 “절대로 열어보지 말고 간직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판도라는 어느 날 호기심에 사로 잡혔다. 다른 신들의 선물이 그토록 훌륭한데 최고의 신 제우스는 얼마나 멋진 선물을 주었기에 열어 보지도 못하게 할까? 결국 판도라는 제우스의 당부를 어기고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질투, 원한, 복수와 같이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불행들이 튀어 나와 세상에 퍼져 버렸다. 재빨리 상자 뚜껑을 닫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자 밑바닥에 남아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온갖 불행에 시달리지만 희망의 끈을 통해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중요한 미래인재들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괴테는 “꿈을 품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시작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고 했다.

어쩌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아이에게 공부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찾아 나설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선물을 받은 것처럼 한 명 한 명의 자신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가치요, 존재임을 느낄 때 우리 아이들의 눈동자가 빛난다. 점심시간이 되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아픈 사람에게는 건강이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감정표현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아름다운 계절에 가까운 사람에게 손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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