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업체 금품 유착-‘관피아’ 부패 고리 역할 '충격'
공무원·업체 금품 유착-‘관피아’ 부패 고리 역할 '충격'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5.2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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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제주시 교량 비리 전·현직 공무원 7명과 업체 운영자 1명 등 8명 구속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검찰이 교량공사 관급자재 납품 비리와 관련해 전·현직 공무원 등 8명을 구속했다. 공무원과 건설업체가 금품을 매개로 유착관계를 맺고,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를 형성해 부패의 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제주시 한북교 교량 공사와 관련해 관급자재 납품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공무원 5명과 알선브로커 2명,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8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구속된 알선브로커 2명도 전직 공무원이다.

구속된 전·현직 공무원들은 알선브로커인 강모 전 제주시 건설교통국장(62)로부터 청탁을 받고 한북교 공사 설계업체에 특정 업체의 특허공법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지시해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받고 업체 편의를 봐 준 공무원은 하위직부터 고위 공무원들까지 예외가 없었다. 당시 관련부서 국장은 1000만원, 과장은 3000만원, 담당은 1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현직 공무원 1명은 이미 구속된 업체 관계자로부터 관급자재 납품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빌라 1채를 8500만원 싸게 분양받고 현금 8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계통 선상에 있는 공무원들이 모두 부패에 연루돼 공무 수행에 대한 감시·통제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구속된 브로커 2명 가운데 강씨는 명예퇴직 직후 건설업체 대표로 취업해 현직 시절 자신과 일을 했던 후배 공무원들에 특정 공법의 납품을 청탁하고 알선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

특히 함께 구속된 브로커 고모씨(60)는 옛 북제주군청 출신 전직 공무원으로 금품수수 사실을 빌미로 공무원을 협박해 계약을 수주하고, 업체 실소유주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했다.

이번 사건은 전·현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피아’가 적극적으로 부패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업체는 평소 공무원을 상대로 명절 떡값과 선물 등으로 지속적인 유착관계를 형성했고, 공무원들은 공사 발주 때 특정업체에 ‘공사 밀어주기’를 하고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이러한 유착 관계는 공무원들이 퇴직한 이후에도 끈끈하게 이어졌다.

구속자 중 2명은 퇴직 후 업체의 대표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급여와 차량, 금품 등을 제공받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 ‘관피아’가 부패의 고리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무원들이 뇌물로 취득한 범죄수익 7억1300만원을 환수하기 위해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하는 한편 제주도와 제주시 등에 교량 형식 선정 등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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