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야~''들의 체불임금 민원
'내 이름은 '야~''들의 체불임금 민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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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도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노동청에 진정한 민원 건수가 늘어나고있다. 올해 들어 75건에 97명이 민원을 제기했다.

최근 주(駐)제주 중국총영사가 제주도에 중국인 체불임금 진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도지사 면담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에 임금체불을 진정하지 않은 것까지 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사실 체불한 고용주 중에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임금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불법체류자들의 임금체불 민원이 늘어나는 것은 당국의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 강제 출국조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만약 불법 체류자의 신분을 악용,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면 낯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값싼 노동력에 구미가 당겨 불법체류자들을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눈물과 한숨 속에 숨어서 일하거나 출국조치되는 그들에 대해 임금도 제대로 주지않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어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고도 어디가서 제주도가 사람과 자본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국제자유도시고, 세계자연유산을 자랑하는 국제관광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언제 강제 출국조치 될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의 약점을 잡아 그간 일한 정당한 임금을 떼먹는 정신상태로 무슨 큰 돈을 벌겠으며, 그 돈인들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식당 주방이나 접객업소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에게 이름을 물어보면 내 이름은 “야~”입니다 하는 경우를 볼수 있다. 또 이들이 처음 배우는 말이 “이 xx”, “xx년” 이다. 이들이 단속에 걸려 일한 삯도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비행기를 타야 할 경우 본국에 돌아가 제주도 사람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게 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입장을 바꿔 내 가족, 친지가 해외에 나가 이런 억울한 지경을 당하고 쫓겨온다면 어떻겠는가.

제주도는 도내 9개 유관기관과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이 회의를 상설화해 이주민센터의 기능을 확대하고 불법체류자 임금체불을 해결한다고 한다.

법집행의 차원에서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임금체불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그들의 억울함만은 풀어줘야 한다. 그들이 그동안 도민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인력난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던 점을 유념해 그들의 일한 대가만은 반드시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차제에 제주도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불법체류자 체불임금은 불법체류자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이 있는 건 당연하다. 노동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도민들이 외국인 고용을 폭넓게 허가할 방안을 강구해봐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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