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켈러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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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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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한순간도 없었다.”

근래 나를 부르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회원님~!”이다. 이 이름이 생긴 지는 1년이 넘었다. 17개월 터울의 두 아들은 작년 재수와 고3의 시간을 보냈다. 맞벌이 부모를 둔 덕에 아이들은 지나친 간섭이 없는 것은 덕을 봤겠지만 일일이 챙겨 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직업에서 오는 여러 스트레스도 있지만 입시를 앞두고 있는 두 자녀와 함께 지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을 최대로 줄인 것이 ‘자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피곤하고 개운치 않은 상태가 계속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막연한 마음이 들며 우울했다.

그런 날이 계속되던 2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운동센터에서 내건 커다란 광고 현수막을 보게 됐다. 이제 막 개장을 한 운동센터에서 정해진 기간에 회원 등록을 하면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얼추 계산해 보니 한 달 비용이 3만원 정도 됐다.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시간이 체육시간이었던 난데.’

그런 난데 그 날 그 광고 현수막에 이끌리듯 바로 운동센터 문을 열고 회원 가입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운동센터에 가서 줌바댄스, 스피닝을 시작하게 된 지 어느덧 1년 2개월이 지났다. 당시 입시생 두 명을 두고 있고 업무량이 많은 일을 하는 나에게 운동은 ‘절실함’과 닿아 있었다. 운동센터에 가서는 개인 사물함에 핸드폰을 뒀다. 딱 두시간 흠뻑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는 동안은 휴대폰과 ‘안녕’을 고했다. 오로지 나의 몸에 집중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도저히 짬이 나지 않을 땐 한 번, 제법 짬이 많이 날 땐 세 번. 대신 쉬지 않고 꾸준히 운동센터를 찾았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잠을 깊게 자게 된 것이다. 그 다음은 어깨가 구부정해 거북목이었던 몸이 허리가 곧게 펴지면서 목의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잠과 몸의 변화는 마음으로도 연결됐다. 곤두서지 않게 됐고 마음의 공간이 넓어졌다. ‘스트레스’가 극한을 치달을 때 난 운동하기를 선택해 그 스트레스에 맞섰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내게 당도한 스트레스는 결과적으로 건강한 몸을 갖게 해준 셈이다. 그러고 보면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주는 부정적인 결과는 우선 인지적 기능의 손상을 초래한다. 생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각성됐을 때 주의 폭이 좁아지면서 융통성이 감소하며 집중과 기억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는 탈진 현상이다. 신체적으로는 만성 피로, 기운 없음, 허약함 등이 나타나며 정서적으로는 무기력감, 절망감, 우울감 등을 겪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자신의 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사회 관계도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 사회적인 관계가 손상 되면 소외감, 관계 유지의 어려움, 신뢰와 사랑 능력의 상실 등이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결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만약 세상에 스트레스가 없다면 숨막히는 권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극과 변화 그리고 도전이 내포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살아가는 힘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개인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다 비록 실패를 경험한다고 해도 그 경험으로 인해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인해 미래에 경험할 수 있는 비슷한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도 있게 된다.

스트레스가 가진 여러 면들을 돌아보니 문득 끝이 없어 보였던 지난 해의 어두운 터널 같은 시간도, 흠뻑 땀 흘리던 시간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들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가 다가올 때 이제 이렇게도 생각해 보자. ‘아! 내 마음의 힘을 가꾸어 보라고, 키워보라고 기회가 오는 구나’ 라고….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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