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팟이 부활한다
우영팟이 부활한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5.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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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어린 시절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가면 ‘우영팟’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그 우영팟에서 채소도 키우시고 감귤나무 몇 그루도 키우시면서 그곳에서 나는 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해주셨다. 기자도 우영팟에서 가꾸는 채소를 수확하기도 하고 감귤를 따기도 하면서 수확의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시골만이 아니라 제주시내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자투리 땅이 있으면 우영팟을 갖고 있었다. 남의 땅이라고 동네에 빈 땅이 있으면 우영팟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끼리 먹거리를 재배하고 나눠먹었다. 하지만 우영팟도 도시개발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는 파도 앞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영팟이 부활하고 있다.

# 가정의 보물창고 ‘우영팟’
우영팟이란 제주 고유어로 집주위에 있는 작은 텃밭을 의미한다.
주로 마당의 외곽에 위치한 자투리 땅에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조성된 우영팟은 제주인들에게는 매일의 식재료 공급원이자 일상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우영팟에는 채소만 재배된 것이 아니라귤나무, 댕유자, 감나무 등도 심었고 마늘, 양파 등도 재배했다.

# 주말농장 붐과 퇴조
한동한 주말농장이 붐을 이뤘다. 어린이들이 직접 땅을 밟고 흙을 만짐으로써 자연환경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과 자신들이 직접 원예작물을 재배함으로써 땀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이루면서 주말농장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주말농장이 운영됐던 도심 인근 땅에는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주말 농장은 옛 기억이 됐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던 주말농장도 기존 예산으로는 필요한 땅을 구할 수 없어 자취를 감췄다.

#우영팟이 돌아왔다
지난 10일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40여 명의 사람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상추를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보세요. 그동안 밭에서 키운 상추에서 못 봤던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NH친환경 체험 우영팟’ 개장식이 열린 이날 쌍둥이 농장 강공희 대표가 이날 우영팟을 찾은 사람들에게 상추를 맛볼 것을 권했다. 상추를 입에 놓고 씹기 시작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사람들은 이날 고추와 피망 등 모종심기를 하고 상추도 정성스럽게 수확했다. 이번 ‘NH친환경 체험 우영팟(밭)’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종심기에서 수확단계까지 전 과정을 농가와 함께 관리하게 되며 직접 재배한 농산물은 자신들이 수확해 건강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된다. 또 ‘친환경 체험 우영팟(밭)’은 농업·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농심을 품은’ 체험학습장으로도 사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도민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체험농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주농업기술센터가 지원하는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제주시 조첩읍 신촌리), 정우농장(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등에서도 체험 농장을 즐길 수 있다.
농민들의 땀을 직접 느껴보고 건강한 먹거리를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체험농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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