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역설’, 130억 투입-자원 80% ↓
제주바다의 ‘역설’, 130억 투입-자원 80% ↓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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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지난 20년간 제주연안에 13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어린전복이 방류됐는데 그 결과는 생산량 80% 감소로 이어졌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산종묘 방류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내 마을어장에 1243만 마리가 넘는 전복종묘가 살포됐다. 이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국비 98억원과 지방비 37억원 등 모두 136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전복 종묘를 마을 어장에 살포한 것은 갈수록 고갈되는 전복자원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이를 통해 어민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복 생산량을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1995년 제주도내 마을어장의 전복생산량은 44t에 이르렀다. 이후 2013년엔 6.9t으로 떨어진 뒤 2014년 9.6t, 2015년 8t 등 20년 새 80% 감소했다. 전복 생산금액도 32억원에서 8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전복 방류에 따른 회수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기간 방류된 전복 회수율은 0.3~13.2%로, 오분자기(6.4~23.5%)와 홍해삼(12.2~31.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쉽게 말해 100마리의 전복 종묘를 마을어장에 방류했지만 일부 마을 어장의 경우 한 마리도 회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복 방류사업이 연안어장 자원 증식과 어민소득 증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서 전형적인 ‘밑 빠지 둑에 물 붓기 사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 연안은 오래전부터 백화현상 또는 갯녹음으로 표현되는 바다 사막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제주연안 가운데 백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다 밑바닥 환경은 척박해 졌다. 백화 현상은 쉽게 말해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산호말과 같은 조류가 퍼지면서 바다 밑바닥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다. 백화현상이 발생한 바다 밑에선 다시마나 미역이 달라붙을 장소를 확보하제 못해 잘 자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만 또는 미역이 없는 바다 속으로 어린 전복들만 뿌린 셈이다. 처음부터 전복자원 증식을 기대한 자체가 잘못이다. 종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는데도 ‘관행대로’ 전복 종묘를 어장에 뿌렸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전복 종묘 살포사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사업 중단이 어렵다면 전복 종묘를 뿌릴 어장에 대한 사전 서식환경 조사를 강화하는 등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종묘 방류에 따른 회수율이 높은 다른 패류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무데뽀 살포’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의 전복 종묘 방류사업은 바다에 돈을 뿌린 다음 1~2년 뒤 그 돈을 건져 올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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