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국적 달라도 나의 뿌리 ‘제주’, 도민 성원 ‘큰 힘’
<신년특집>국적 달라도 나의 뿌리 ‘제주’, 도민 성원 ‘큰 힘’
  • 김명관 기자
  • 승인 2015.12.3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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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딸’ 리디아 고를 만나다
‘제주의 딸’ 리디아 고가 제주시 오리엔탈호텔에서 본지와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재혁 기자>

“제주는 정말 매력 넘치는 곳인 것 같아요. 새로운 건물이 점점 많아지고 현대적으로 탈바꿈해 좋아요. 제주에 오면 많은 분들이 잘 챙겨주시고 응원도 해주시니까 힘이 나요.”

2012년 여름,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캐나다오픈이 열린 밴쿠버로 집중됐다.

당시 15세의 아마추어 소녀가 쟁쟁한 프로골퍼들을 제치고 LPGA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18·고보경)였고, 그녀의 뿌리가 제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도민들은 흥분했다.

그녀의 부모와 언니는 제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주대학교 체육교육과, 어머니는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지난달 할아버지 생신에 맞춰 제주를 방문한 리디아 고를 제주시 오리엔탈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여자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리디아 고는 “매해 휴식기를 맞아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하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리디아 고는 2015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함께 역대 최연소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골프여제지만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재작년 시즌 때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탓에 2015년 시즌에는 조금 부담감이 컸지만 생각보다 잘 돼서 감사했다. 덕분에 배운 점도 많았다”고 운을 뗀 그녀는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해 기분 좋았고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난 시즌을 회고했다.

뉴질랜드 국기를 달고 출전하지만 제주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LPGA 시합이 제주에서 개최되지 않아 제주도민 앞에서 골프를 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제주에 좋은 골프장도 많고 골프여행 오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에서 경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녀는 한국 선수들인 언니들이랑 라운드를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소개한 후 박인비를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리디아 고는 “골프가 5시간 라운드이기 때문에 얘기할 시간도 많은데 매번 언니들이 잘 챙겨줘서 재밌게 시합에 임하고 있고 (박)인비 언니랑 같이 치면 배울 점도 많다”고 말했다.

작년 시즌은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해’라고 칭할 정도로 둘은 뜨거운 명승부를 펼쳤다.

리디아 고는 2014년 올해의 신인에 선정된 여세를 몰아 2015년에는 박인비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서로 라이벌로 불리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녀는 “시즌이 길다 보니까 중간에 안 될 때도 있고 잘 될 때도 있는데 인비 언니는 투어에서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잘 친다”며 “성격도 좋고 차분하기까지 해서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특히 언니한테는 올해가 재밌고 특별한 한 해였을 것”이라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메이저 2승까지 했으니 당연히 언니가 짱”이라고 덧붙였다.

리디아 고는 2012년 LPGA 투어 CN 캐나디언 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LPGA 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우승까지 만 18세 최연소의 기록으로 LPGA 10승을 달성했다.

아무리 골프 여제라도 매번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을 터. 그녀도 징크스가 있는지 물었다.

“별로 징크스 같은 건 없고 볼 마커를 교체하는 정도예요. 그날 퍼딩이 잘 되면 다음날에도 쓰고 잘 안 되면 다음날 다른 것으로 바꿔서 사용합니다.”

그녀는 가장 자신 있는 샷은 숏 아이언이라고 귀띔했다.

골프팬 뿐 아니라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골프여제, 리디아 고. 그녀의 일상은 어떨까.

그녀는 “취미는 음악 감상이다. 시합 전 가볍게 몸을 풀 때도 헤드폰 끼고 노래를 듣다가 시합에 들어가는 편인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특히 아침에 골프 칠 때 피곤한데 그럴 때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컨디션도 최상이 된다”며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오설록과 헬로 키티 뮤지엄,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녹차를 굉장히 좋아하다 보니 오설록이 가장 맘에 들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리디아 고는 이제 후배들에게 롤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8일 제주대학교를 방문한 그녀가 골프 꿈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수현씨와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었는데 김수현씨와 골프 중 한 쪽을 선택한다면 무엇인가’라는 장난스런 질문에도 웃으면서 답했다.

“김수현씨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하셔서 만나게 됐는데 김수현씨는 골프를 잘 몰라요. 제가 김수현씨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골프를 더 사랑합니다.”

그녀는 이날 제주은행도 방문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원 마련 공익신탁인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다.

리디아 고는 “평소 고향인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제주은행 청년희망펀드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골프는 직업이자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심호흡을 한번 한 리디아 고는 “몇 년 전에 손목 수술을 했는데 1개월간 골프를 못쳤다”며 “그때 일주일간은 쉬면서 좋았지만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랐고 금방 골프를 치고 싶어졌다. 골프를 안했으면 지금 저도 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목표는 메이저에 더욱 적응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리디아 고는 “페어 안착률을 높이자라고 소박하게 목표를 세웠다”며 “5승이다 10승이다 이렇게 목표를 잡으면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는 수 있다”고 전했다.

리디아 고는 올해 처음 열리는 1월 마지막 주 시합은 건너뛰고 두 번째 시합부터 출전한다.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시합으로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랑 멀지 않다.

제주도민들에게 한마디 부탁하자 그녀는 “현재 뉴질랜드 깃발을 달고 골프를 치지만 제 몸 속에는 제주의 피가 흐른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도민들이 많이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올 시즌에도 최선을 다해 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인터뷰를 마친 리디아 고는 늘 곁을 지키는 아버지 고길홍씨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리디아 고와 그녀를 바라보는 고씨의 시선에는 제주도민 특유의 따뜻한 정이 오가는 것 같았다.

골퍼이자 소녀로서 그녀는 당당하면서도 겸손했다. 문득 제주인의 피가 흐르는 ‘제주의 딸’로서 그녀가 새해에는 또 어떤 새로운 골프 역사를 써내려 갈까 몹시 궁금해졌다.

▶골프여제 리디아 고…

리디아 고(18·고보경)는 제주 출신 고길홍·현봉숙씨 사이에서 1997년 태어났다.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 간 리디아 고는 5살에 골프에 입문한 후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 캐나다오픈에서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2015년 LPGA 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우승까지 만 18세 최연소로 10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LPGA 8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질주 중이다.

김명관 기자  mg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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