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찾아달라고 112신고 한다니
강아지 찾아달라고 112신고 한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5.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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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우리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시민들의 낮은 질서의식과 나만 편하면 된다는 비뚤어진 이기주의는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가 149개국을 대상으로 번영지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사회규범이나 시민참여의 척도인 사회적 자본에서 세계 105위에 머물렀다. 일상생활에서 남을 배려하는 면에서 세계 꼴찌 수준이라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112범죄신고가 그 대표적일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2신고접수는 2014년 30만6004건, 2015년 32만3178건, 2016년 32만471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 신고접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 신고접수 가운데 화재와 구조요청 등 119신고나 소음, 정전, 기타 심부름 서비스 요청 등 경찰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 다른 기관으로 이첩하는 건수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런 신고접수가 8만4389건이나 돼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이런 신고를 다른 기관으로 이첩하는 일은 소중한 경찰력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강도 등 강력 범죄 발생 시 신속한 출동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재고해 볼 일이다. 심지어 강아지를 잃어버렸는데 찾아달라거나 현관문이나 차문을 열어달라는 민원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는데 출동을 못 한다고 하면 심하게 항의를 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속하게 높아지면서 이런 사례가 빈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112 치안시스템이 아무리 첨단화·전문화 되더라도 경찰이 제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112는 시민의 비상벨이다. 112신고에 단순 민원이 많을수록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시민들 중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범죄현장에서 화급을 다투는 위험에 처한 시민이 112 전화가 불통일 때 그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민주화된 지 30년이 돼 간다. 112범죄신고 전화가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초석도 되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시민들의 비상벨을 마비시킨다. 어느 나라든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인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면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사회규범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갖춰야만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낮추고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경찰력 낭비를 막고 질 높은 치안서비스를 원하는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112신고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경찰도 112신고센터를 상시 개방해 각종 장비를 소개하면서 시민들에게 112신고접수 및 처리체계를 설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활 속 작은 습관부터 고쳐나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제주사회의 품격을 한 차원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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