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버스체계에 거는 기대
새로운 버스체계에 거는 기대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7.04.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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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홍수영 기자] ‘제주살이’ 3년차인 기자는 제주에 내려온 이후 버스를 단 한 차례도 타지 않았다.

제주에 정착하기 전 걸어서 제주 여행을 했던 당시의 기억 때문이다.

버스와 택시만으로 이동해야 했던 ‘뚜벅이 여행’은 불편 그 자체였다. 버스 노선도는 불친절했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다. 무엇보다 번호는 다 같은 ‘5번’인데 가는 목적지도, 길도 다른 버스는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겨우겨우 버스를 타고나면 그 다음 고비가 남았다. 읍면지역 버스일수록 도착 정류소를 알 길이 없어 기사님 옆에 꼭 붙어 내릴 곳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행 3일차부터는 콜택시를 부르는 비싸고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달 25일 새로운 버스체계 계획을 발표했다. 중복된 노선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급행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간·지선 노선이 마련됐다. 버스 수도 늘려 배차간격을 줄인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버스번호’의 변화다. 노선별 특성과 지역에 따라 구분할 수 있도록 3자리 수로 통일시킨 번호. 이는 기자처럼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하는 큰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새로이 도입되는 시스템은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버스가 아무리 빨라도 ‘총알택시’보다는 느리고 직접 운전하듯 목적지 바로 앞에서 내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차할 곳이 없어 골목골목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이동하며 여유 있게 다른 소소한 일거리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시간을 위해 ‘1200원’을 낼만하지 않을까. 어느덧 간선버스를 타고 책을 읽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는 상상을 해본다. 8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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