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삼매경, 헤어날 수 없는 매력
고사리 삼매경, 헤어날 수 없는 매력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4.2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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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철이 왔다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요즘 제주의 오름과 들판에는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1100도로와 제주 중산간 도로 곳곳에는 아침 일찍부터 차량들이 이어지면서 도로 양쪽이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제주 고사리 때문이다.

 

# ‘고사리 장마’ 뒤 오름 북적

제주에는 장마가 두 번 찾아온다.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름 장마 이전인 4월 중순부터 제주에 비가 자주 내리는데, 이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고사리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꺾을 수 있다. 5월 하순에도 고사리 싹이 나오기는 하지만 잎이 피고 줄기가 단단해지면서 맛이 없다.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린 새순을 꺾는데 고사리를 툭툭 꺾는 손맛은 느껴 본 사람들만 안다.

고사리를 꺾는 손맛을 경험하고 직접 꺾은 햇고사리의 맛을 본 이들은 모두 봄철 제주 고사리 삼매경에 빠져 든다.

오죽하면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고사리를 꺾기 위해 제주를 찾는 ‘고사리 투어’까지 인기다.

고사리는 식개(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간다. 봄에 햇고사리를 꺾어 놓아 보관했다가 정성껏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 제주사람들의 풍습이다. 조상님들께 올릴 질 좋은 고사리를 꺾기 위해 제주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셈이다.

 

# 산에서 나는 소고기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린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생체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질 성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사리의 효능도 다양하다. 석회질·칼슘이 많아 여성과 어린이, 특히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효험이 크다고 알려졌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완전히 자란 고사리는 가을에 채취해 말린 후 이뇨제, 해열제로 사용하면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는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기록돼 있다. 한방에서는 고사리의 뿌리를 궐근(蕨根)이라 해서, 두통·가래·종기·습진·관절통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제주의 고사리는 예로부터 ‘궐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진상을 올릴 정도로 뛰어난 자연식품으로 2013년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포인트’가 있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은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들의 포인트를 찾아 무아지경으로 고사리를 꺾다보면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소방당국은 매년 고사리철이 되면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고사리 채취객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나선다.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75건(8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5건(48명)이 고사리를 채취하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고다.

올해도 벌써 10여 명이 고사리 채취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숲속에서 고사리를 꺾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깊은 숲속으로 자꾸 들어가게 돼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다”며 “항상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분히 챙기는 한편 호루라기 등도 필수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제22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

오는 29~30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국가태풍센터 인근)에서는 ‘생명이 움트는 남원읍으로 혼저옵서예’라는 주제로 제22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고사리 꺾기와 고사리를 삶고 말리는 제주 고사리 풍습 체험, 고사리전과 고사리빙떡 등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사진 전시회 등이 진행된다.

또 고사리를 넣은 흑돼지 소시지 만들기, 동물농장 체험,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 기념 골프대회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와 함께 개그맨 김한국과 함께하는 즉석 노래자랑, 풍물패 및 밴드 공연 등 봄의 흥취를 더 해줄 다양한 문화공연이 마련된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고사리 꺾기 체험을 통해 기부 받은 고사리를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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