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막걸리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제주 막걸리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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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제주일보] 봄비가 봄을 재촉합니다. 벚꽃이 빗물에 떨어집니다.

봄비는 무엇일까요. 괴롭게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느낌이니까요.

피천득 선생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봐! 제일 좋은 시 하나 해 줄까. 봄비지 않은가. 맞으면서 가자. 일본 시인이 쓴 시구인데 아주 감동적이야.”

피 선생은 봄을 그렇게 비유했습니다. 비가 오면 그 봄 비를 맞으면서 가자고 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좋은 비유인 것 같습니다.

봄비 하면 필자는 유달리 막걸리가 생각납니다. 꽃과 나무들이 활동하고 사람은 호르몬이 왕성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겠지요. 막걸리와 관련된 시 한 편도 떠오릅니다.
 
막걸리/김병환

힘들고 외로울 때 / 막걸리 한잔 하면 // 배고품 달아나고 / 괴로움 사라진다 // 막걸리 한 사발에 / 웅어리가  풀리고 // 과거의 잘못도 / 모두가 용서되니 // 막걸리 한잔하며 / 추억을 노래하자 // 유산균 살아 있는 / 보약같은 막걸리~~~~ 
 
제주 막걸리는 뭐가 있을까요.

감귤·땅콩 막걸리가 있긴 하지만 제주 특산물을 주재료로하거나 제주 이야기로 빚어진 막걸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 유배시절에 배주(配酒)라는, 보리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제주에 온 유배인들은 300명이 넘습니다. 그들과 그리고 제주도를 접목시키면 훌륭한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주도에는 현재 제주 쌀막걸리가 있고 감귤막걸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에는 쌀 생산이 풍부하지 않은 데도 국내 생산 쌀로 만든 막걸리가 인기입니다.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로 만든 막걸리는 주로 다른 지방에서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막걸리의 정체성을 진정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 누구나 좋아하는 막걸리의 스토리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비롯한 향토 주민들에게 그런 스토리를 담아 들려주는 게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방, 예를 들어 지평막걸리, 금정산막걸리, 공주밤막걸리 등 다들 스토리가 있습니다. 제주의 스토리가 담긴 막걸리를 그리워하는 이유입니다. 제주다운 정체성을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제주에는 다른 지방과 달리 막걸리에 대한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몽골이 100년을 지배하면서 아낙네들에게 막걸리를 빚게 했습니다.

그 역사에 대한 아픔을 얘기하는 것도 터치가 가능합니다. 제주는 뭐니 뭐니 해도 토속입니다.
해녀들의 한도 있고 한라산을 위주로 한 신화적인 얘기도 많습니다. 고을마다 배가 고파서 농사 지을 때 보리와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소재로, 그런 주제를 담아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그런 막걸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더해 주겠지요.

이 좋은 봄날입니다. 고려시대 때 국선생을 쓴 이규보는 후배들에게 “얘들아, 봄이 생동하니 구경가자”하면서 폭탄주를 마셨습니다.

이규보는 선시(禪詩)로 유명한데 만약 그 당시 노벨문학상이 있었다면 당연 수상감이었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시와 신화가 있는 제주 막걸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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