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희극의 대선 역사 끝낼 기회다
비극과 희극의 대선 역사 끝낼 기회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4.16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역사철학자 헤겔(Hegel)은 “모든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나타난다”는 말을 남겼다. 역사적인 중요한 일은 어디에선가 또다시 나타난다는 뜻이다. 마르크스(Marx Karl)는 이 말 뒤에 한 마디 토를 달았다.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나타난다.) 한 번은 비극(悲劇)으로, 또 한 번은 희극(喜劇)으로….”

헤겔과 마르크스의 말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 비극적 사건은 되풀이 되면서 우리 인간들을 비웃는다는 것,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 속에 교훈을 배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역사를 배우면서도 일어나선 안 될 비극적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하고 웃지못할 희극을 만든다. 그래서 인생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이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라고 하는 건가.

고전(古典) 그리스시대가 그러하듯, 연극은 비극과 희극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의 민주주의가 꽃피어난 소위 태평성대에 비극이 나오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망하기 시작할 때 희극이 나타난다. 요즘도 평화로운 땐 비극이, 사회가 불안한 시기엔 희극이 많다고 한다.

▲만우절(萬愚節)로 시작하는 4월은 엘리엇의 글처럼 참 ‘잔인한 달’이다.
1948년 4월 3일을 전후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처럼 수만명이 생명을 앗아간 잔인한 사건이 역사에 더 있을까. 1919년 4월 15일 화성 제암리교회 사건도 참혹하다. 3·1만세운동후 일본군 아리타 중위가 제암리를 찾아와 15세 이상 남자들을 교회에 모았다. 그리고 교회를 향해 일제 사격을 하고 불을 질렀다. 26명이 그렇게 숨졌다.

1960년 4·19혁명. 부정선거에 항의하다가 4월 11일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마산상고 2학년 김주열군의 시신이 부둣가에 떠오르면서 점화된 4·19의거는 당일에만 서울에서 104명이 숨졌다. 전국적으로 사망자는 모두 186명. 초등학생 19명, 중학생 77명, 고등학생 36명, 대학생 22명 등 124명이 학생이었고, 일반 시민은 62명이었다.

“민주주의 나무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어린 생명들의 희생은 언제나 가슴 아픈 역사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어제는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이 사건 사망·실종자 304명 중 250명이 16세 고등학생이다. 4월은 이처럼 우리의 기억에 비극으로 남아 있다.

▲제19대 대선이 20여 일 남았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4월 위기설로 시중의 민심이 흉흉하다. 북핵사태로 야기된 우리의 안보상황은 심각하고 엄중하다. 마땅히 이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다. 안보위기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위기설이 5·9 대선과 밀접한 시나리오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는 건 맞다.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이 높은 것도 맞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정부의 북한 선제타격설을 4월 전쟁 위기설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2017년판 북풍(北風)’이다. 북풍이 이번 대선에서도 다시 나왔다. 과거에는 북한발 북풍이었지만 현재는 미국발 북풍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그거나 이거나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이 신판(新版)북풍 속에 이번에도 한국 대선의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가슴졸이며 본다. 이 선거 결과는 과연 역사에 비극으로 나타날까, 희극이 될까.

▲대선의 역사는 승패(勝敗)의 순환 속에 언제나 화려한 승자를 비운의 지도자로 만드는 비극과 구조적 희극이 있다.

하와이 망명을 떠난 이승만 대통령, 부하에게 총을 맞아 숨진 박정희 대통령, 백담사로 유폐됐던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구속된 노태우 대통령, IMF 도망자가 된 김영삼 대통령, 북한 퍼주기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목숨을 버린 노무현 대통령, 만사형통 이명박  대통령, 최순실을 대행한 박근혜 대통령….

한국정치는 운명적인 영욕으로 비극과 희극이 교차·반복되고 있다. 정권 부침의 순환, 상승과 추락의 곡예, 그리고 화려한 승자를 결국엔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리는 드라마틱한 대(大)반전의 희극이다.

총선은 국해(國害) 장수들이 등극하는 축제이며, 대선은 이 3류정치의 제단에 제물을 바치기위한 전야제다. 이번 5·9 대선도 그 순환의 1막이 될 건가.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지 않으면 역사는 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되풀이 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진보와 보수, 지역의 경계가 사라졌다.  비극과 희극의 역사를 끝장낼 기회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