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싼 도정
욕먹어도 싼 도정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4.13 18: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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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독립된 두 눈’

공격당할 염려가 없는 완전한 삶인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으로, 이는 수천년 동안 불문율처럼 내려온 바둑의 대원칙이다.돌은 낱개가 아닌 무리로서 존재하며, 그 무리는 적어도 독립된 두 눈을 지녀야만 반상에서의 삶을 인정받을 수 있다.

눈이 온전치 못한 돌은 공격당해 단수에 몰려 죽지만, 두개의 눈이 각각 독립해 있는 돌은 단수로 몰 수 있는 모양에 해당되지 않아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대되는 게 미생, 즉 완전한 삶의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 반상의 돌이 갖추어야 할 완생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늘 불안하고 위험이 따르며 호시탐탐 상대의 공격 대상이 된다. 그런 ‘미생’이 어느 순간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으로 굳어졌다.

지금 제주가 미생으로 상징되는 ‘아픈 청춘’들의 주거 공간 문제로 시끄럽다. 사건의 본말은 묻히고 지방정부까지 ‘여론조사’라는 카드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시민복지타운에 700새대의 행복주택 건설문제다.

 

#청년들 빠진 기득권 싸움

시민복지타운 제주시청 예정지의 30% 부지에 사회 초년생이 주 입주자인 공공임대 아파트를 조성하는 이른바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사업. 전체 사업비 800억원 가운데 70%가 정부 지원으로 조달돼 재정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제주 입장에선 놓치기 아까운 사업이다.

그런 행복주택 사업이 찬반 논쟁을 넘어 갈 때까지 가자는 일종의 오기싸움 양상이다. 시민복지타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찬성한다.

이들은 복지타운 조성 때 제주시청이 들어선다는 제주시의 발표를 철석같이 믿었다. 시청이 들어오면 하루 7000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하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지타운 전체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시청이전이 무산되면서 이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때문에 이들 입에선 ‘사기 당했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그렇다면 행복주택이라도 만들어 그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민복지타운 건너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소리를 낸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교통체증과 기반시설 미흡 등으로 부작용이 불가피 하다고 반대한다. 시청부지가 주거용지로 바뀌는데 따른 공공성 훼손 문제를 부각시킨다. 여기다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자신들의 잇속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업자’들까지 가세했다.

집 없는 젊은이들은 빠지고 ‘집 있는 사람들’ 목소리만 들린다. 전형적인 기득권 싸움이다.

 

#미래세대 기대에 어깃장

“주거복지 보다 더 큰 복지는 없다. 비싼 임대료가 없어서 눈물짓는 서민들을 제주도정이 항상 생각해야 한다. 시청사 부지 전부도 아니고 30%만 사용해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주고, 6년 동안 빌려주는 것인데 이것조차 하느냐, 못하느냐 (싸우고)... 우리 제주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심이 각박해 졌나. 금싸라기 땅에 흙 수저는 살 수 없다는 것이냐.”

지난 10일 제주도의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춘광 의원(서귀포시 동홍동)이 원희룡 지사를 면전에 두고 일갈했다.

제주도는 지금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제주도의 지금 행태가 과연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앞에 좌절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12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3월 제주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올 1분기 제주지역 청년(15~29세) 실업률은 6.4%로 전 분기(3.4%)보다 갑절 뛰었다. 제주 젊은이들이 이처럼 어렵다.

입만 열면 청년세대를 ‘제주의 미래세대’ 또는 ‘제주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우대하지만, 지금 제주는 이들의 기대와 희망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독립된 두 눈을 가진 ‘완생’한 기득권의 욕심이 무한경쟁의 사회로 나서는 사회 초년생들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다 지방정부 또한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판단되는 것에 조차 제대로 대응 못한 채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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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치는 원도정 2017-04-15 20:10:24
논설실장님도 원도정의 사기에 당하셨네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정부가 70%를지원한다고요?
글은 정확하게 확인하고 쓰셔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행복주택은 정부지원금 30%, 지방정부 30%,
그리고 국민주택기금에서 40%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민주택기금 지원금 40%는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라는 소리를 원도정은 안합니다.
국토교통부에 확인하여 보세요.
원도정의 사기에 웃음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