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지속하는 방법
우정을 지속하는 방법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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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중문고등학교 교사

[제주일보]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지는 병을 앓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매일 얼굴이 빨개진다. 하지만 잘못을 저질러 혼나는 순간에는 정작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 “얼굴이 너무 빨개.” 아이들은 마르슬랭의 얼굴을 보며 한마디씩 한다. 그런 아이들의 말에 일일이 대꾸하기 싫었던 마르슬랭은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점점 외톨이가 되어 갔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얼굴이 빨개지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마르슬랭은 계단 위에서 재채기하고 있는 르네라토를 만났다. “감기 걸렸니?” 마르슬랭이 물었다. “아니, 난 항상 코가 근질거려.” 늘 혼자였던 마르슬랭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아무 때나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자꾸만 재채기하는 병을 가진 르네라토. 두 아이는 서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했으며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르슬랭과 르네라토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질병의 존재를 인정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함께 있으면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르네라토가 이사를 가면서 두 사람의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마르슬랭은 르네라토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자주 생각했고, 소식 얻기를 희망하며 그리워했다. 그렇게 둘의 어린 시절은 흘러 갔다.

성인이 된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다.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이유 없이 재채기하는 르네라토. 두 사람은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다시 예전과 같은 좋은 친구로 돌아갔다.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다. 함께 있으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듯 생각도 다를 수 있다. 나의 생각과 관점만을 고집하지 말고 친구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우정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렵고 힘들어 하는 경우가 친구문제이다. 나는 A와 친하고 싶은데 A는 B와 C를 더 좋아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이럴 때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친구들을 내 인생의 조연으로 등장 시켜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친구에게 자기를 동일시하여 친구인생에 나를 맞추기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한다.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친구관계가 더 잘 형성되고 존중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게 한다.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지속 되어야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죽란시사’라는 시 모임을 만들면서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했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 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해지면 연꽃을 구경하러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에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연말이 되어 매화 화분에 꽃이 피면 다시 한 번 모인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우정을 쌓아 간다. 하지만 그 우정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친구’는 영어로 ‘ 프렌드(friend)’이다. friend에 end가 붙은 이유는 진정한 친구란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나와 함께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정을 가꾸어 나간다는 것,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동반자로 평생을 가겠다는 의미이다.

꽃이 피는 계절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이 보고 싶은 계절이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들과 봄나들이 한 번 계획해 보련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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