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문화재 심의, ‘이념 편향’ 아닌가
4·3 문화재 심의, ‘이념 편향’ 아닌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30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제주도가 2015년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4·3유적지 6개소 가운데 5개소가 ‘보존 상태가 미흡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문화재청이 반려한 5개소는 제주시 화북동 소재 곤을동, 조천읍 낙선동성, 한림읍 뒷골장성, 애월읍 머흘왓성, 서귀포시 서호동 시오름주둔소 등이다. 다만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1949년 조성된 토벌 군경(軍警) 유적인 수악주둔소 1개소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로 판단이 유보됐다.

등록문화재는 문화재청이 2011년 사라져 가는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문화재는 아니지만 근·현대 시기에 만들어진 건조물·시설물·문화예술작품 등 보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유적·유물을 등록 고시한다. 2016년 8월까지 전국적으로 672종이 지정되었다. 하지만 4·3 관련 유적은 아직까지 단 하나도 없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의 사건인 4·3이 남긴 문화유산 가운데 정말 보존할 게 하나도 없어서 이런 결과를 보이는 것일까.

우선 문화재청의 심의 지정 안목에 문제가 있다. 6·25전쟁 관련 유적지들을 적극적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4·3유적들이 지나치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의 제주 구(舊) 육군훈련소 지휘소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6·25 유적지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왔다. 6·25때 경찰이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던 김천 부항지서(釜項支署) 망루(望樓)를 비롯해 파주의 영국군 설마리 전투비, 연천의 유엔군 화장장 시설, 칠곡의 왜관철도도 지정됐다.

이 뿐만 아니다. 국가수호의 역사문화 자산을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군에 저항했던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결사대 사당, 노르웨이군 전시병원터, 포천의 북한군 전차방어 벙커, 태극단 합동묘지, 순국 강경경찰서 경찰관 합동묘지등도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한다.

이런 6·25관련 유적들을 대거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면서도 제주 4·3유적들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반려하는 문화재청의 처사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화재청이 혹시 이념 편향적인 심의 잣대를 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보존상태가 미흡하다는 문화재청의 반려사유는 자가당착이다.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겠다고 만든 제도가 등록문화재다. 국가나 제주도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하지만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기에 등록문화재로 지정을 신청하는게 아닌가.

4·3 유적은 오랫동안 거론 자체가 금기시돼 세월에 잊혀지고 파묻혀왔다.

지금처럼 그냥 놔둔다면 그 흔적마저 사라질 것이다. 하루속히 4·3 유적과 유적지 보존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재청은 전향적인 자세로 4·3 유적지에 대한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지난 역사의 아픔과 진실에 충실해 주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