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유족 지정 '기약없는 기다림'
4·3희생자·유족 지정 '기약없는 기다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03.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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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신고 후 뒤늦게 심의 결정된 211명 2년째 지정 외면
중앙위원 19명 중 국무총리만 서명 안해…"직무유기" 지적
4·3 평화공원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언제면 아버지가 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정말 답답한 심정입니다.”

4·3사건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는 강평옥 할아버지(83·서귀포시 안덕면)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3 69주년을 맞아서도 한숨만 내쉬며 “가슴 한편이 저리다”고 씁쓸해했다.

5년 전인 2012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4·3사건 희생자로 신고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에서 지정을 외면하면서 말 그대로 ‘인고의 세월’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한을 풀어야겠다는 마음에 강 할아버지는 기대를 안고 그동안 유족회에 숱하게 문의하고 도의회에도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수년째 계속된 “아직도 지정되지 않았다”는 말에 가슴은 이미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이처럼 강 할아버지가 애태우고 있는 이유는 지난 5차 4·3사건 희생자 신고기간(2012년 12월 1일~2013년 2월 28일) 동안 접수된 희생자 383명과 유족 2만9357명 중 희생자 21명과 유족 190명에 대한 국무총리의 최종 승인 서명이 2년 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정부는 5차 신고기간 중 접수된 희생자 25명과 유족 190명이 제주4·3사건 당시 무장대 수괴급 및 남로당 핵심간부로 활동하거나 연루된 사람과 그의 유족이라며 희생자 대상 제외 여부를 검토했고, 진통 끝에 2015년 3월 4명을 제외한 희생자 21명과 유족 190명의 4·3희생자 및 유족 심의 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4·3중앙위원 19명 중 위원장인 국무총리가 유일하게 이들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서면 의견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고 희생자 21명과 유족 190명은 희생자 및 유족으로 지정됐다는 당국의 연락을 받고도 총리의 최종 서명이 없어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해 9월 행정자치부 과거사업무지원단장과 면담해 조속한 유족 및 희생자 지정을 건의했고 올해 1월 국무총리 면담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2년 넘게 국무총리가 유족 및 희생자 추가 지정에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로밖에 바라볼 수 없다”며 “조속한 희생자 추가 지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23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4·3특별법 개정을 통한 유족신고 상설화 등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 @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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