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법과 원칙대로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법과 원칙대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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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 21시간 넘게 검찰조사를 받고 어제 아침 자택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에 이어 역대 네번째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본인도 비통했겠지만 국민은 이런 국치(國恥)의 역사가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착잡하고 참담한 하루를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국격(國格)을 실추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새 전기(轉機)가 되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역사의 전환점이 된다면 불행중 다행일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여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등 13개 혐의의 사실관계와 경위를 확인했다. 따라서 검찰은 조만간 진술내용과 수사기록,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구속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이뤄진다. 범죄가 소명될 정도로 물증이 확실하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하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등 공범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이고 박 전 대통령이 받고있는 13가지 혐의도 불구속되기엔 지나치게 무겁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달리 다른 한 편에서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에다가 임박한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할 때 불구속이 옳다는 반론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고민이 클 것이다.

하지만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전에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변호인도 어제 오전 검찰조사를 끝내고 나와 이례적으로 “검찰조사가 객관적이었다”며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측이 강조하고 있는 이 ‘진실’이라는 말의 수사(修辭)적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검찰은 정말로 ‘진실’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지금 ‘정치 검찰’에 머무르고 마느냐, 아니면 벗어나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할 필요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는 국정혼란을 수습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선고는 물론 지금부터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절차를 겸허하게 따라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일 것이다.

정치권도 ‘장미 대선’의 이슈로 끌어들일 생각을 말고 조용히 지켜본 뒤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이 부끄러운 사태를 딛고 이 나라가 법치주주의와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미래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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