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에서 맞이한 새봄
화산섬 제주에서 맞이한 새봄
  • 제주일보
  • 승인 2017.03.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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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식. 시인 / 수필가

요즈음 바다 건너 제주 서귀포 해안가에는 군데군데 노란 물감을 들인 듯 유채꽃이 만발했다.

따스한 봄볕 아래로 물줄기가 쏟아지는 정방, 천지연폭포의 폭벽에도 이끼들이 제법 푸르름을 뽐낸다.

바쁜 일상을 살아야하는 현대인들이 그나마 숲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도 식물체의 심미적 변화를 오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물의 생체는 경이롭고 신비하다.

국화는 일조량에 따라 꽃의 개화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할수 있다.

인동초는 다른 말로 금은화인데 처음에는 흰색꽃을 피우다가 노란 금색으로 변화한다.

수국의 경우 토양이 중성에선 백색꽃, 산성에는 청·보라, 알카리성은 연분홍꽃을 피운다.

상식적 유전 메커니즘을 거부하는 식물과 나무도 있다.

철분과 아연이 다량 함유된 아욱은 해가 지면 일제히 얼굴을 동쪽으로 돌려 아침을 준비하는 마술을 부린다.

한편 목련은 머리의 중심을 북쪽에 둬 북향화라 불린다.

서양에서는 부활의 상징이기도한 목련은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명 ‘잭슨 목련’을 안산 단원고에 기증해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봄이 되면 우리의 몸은 신진대사가 활동적으로 돼 나른하며 피로하기 쉽다. 이때 지리산에서 채취하는 고로쇠물이나 대표 봄나물인 쑥, 냉이,달래, 미나리, 두릅 등은 봄의 선물이자 건강한 맛이다.

산야의 꽃과 계곡의 물소리의 유혹에 설레이며 엉덩이가 들썩이는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성 싶다. 온누리에 새로운 소생과 잉태의 로맨스를 목격하는 눈부시게 행복한 서귀포의 봄! 자연의 이치 앞에 희망으로 끝날 일이겠지만 마냥 내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봄이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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