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예술의 만남
기업과 예술의 만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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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고료에 허덕인다. 아예 원고료 받기를 포기하는 문인들도 많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문인들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문예지도 우후죽순으로 생기다 보니 오히려 편집자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래서 문예진흥기금 신청 시기에는 그 창구가 난리법석이다.

제주문인협회는 2007년 3월 28일부터 ‘문학메세나 운동’을 시작하였다. 참여 계좌번호까지 공개하여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그렇지만 제주문협의 문학메세나 운동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참여자가 극소수였으며 지금은 거론하는 문인조차 없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수사가 한동안 언론매체를 장식했다. 덩달아 기업에도 문화마케팅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문화는 산업화·정보화에 이은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금 이 시대는 문화와 감성·스토리 등과 같은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며 이는 21세기 기업경영·사회경영의 성공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메세나(mécénat)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메세나는 문화·예술의 지원 활동 또는 지원자를 의미한다.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메세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이름이 그 시초다. 1967년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회장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가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중 일부를 문화·예술 분야에 할당하자’고 건의하면서 메세나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기업이 취지에 동참했고, 앞 다퉈 메세나 관련 기구를 설립했다. 오늘날에는 미주·유럽·아시아 등 세계 25개국에 30여 개의 메세나 관련 기구가 활동 중이며, 한국에는 1994년 4월 한국메세나협회가 설립돼 23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메세나협회도 지난해 말 출범하면서 95개 개인·기업이 회원에 가입하였다. 그 탄생에는 무엇보다 제주경영자총협회의 역할이 컸다. 메세나에 동참하는 기업은 문화예술단체에 경제적 도움을, 메세나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단체는 기업에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부하게 된다. 그래서 제주메세나협회에 거는 기대는 만만찮다.

제주메세나협회는 기업과 단체를 잇는 첫 번째 결연식도 열었다. 첫 결연에는 ‘메세나 매칭그란트사업’,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메세나결연사업’, ‘뜻 깊은 동행사업’ 등 3개 사업에 9개 기업과 16개 예술단체가 참여했다. 결연식이 끝난 후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으로 메세나매칭그란트사업 2차 공모 접수도 시작했다.

덩달아 제주특별자치도의회도 ‘제주도 문화예술재능기부 및 후원 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번 조례는 문화예술의 섬 조성에 따른 문화예술 재능기부와 메세나지원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데 있다. 또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한 육성지원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기업이 문화예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도민들은 예술소비운동의 주체로서 나서야 한다. 제주도의 지원도 더욱 확대될 때 문화예술의 섬과 메세나의 아름다운 가치가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서 문화에 대한 인식은 성숙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문화가 밥 먹여 주느냐’고, 직접적인 이익으로 접근한다. 또 ‘문화생활을 향유한다’고, 문화가 개인의 여가나 취향과 관련 있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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