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원인과 치유
도박의 원인과 치유
  • 제주일보
  • 승인 2017.03.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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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신경정신과 전문의

제주도교육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도내 학생들의 도박위험 수준은 문제수준(Red)이 3.7%, 위험수준(Yellow)이 7.1%로 전국 평균인 1.1%, 4.0%와 비교해 최대 3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도내의 도박 중독 문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도내에는 카지노, 경마장 등 합법적 도박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어 도민들이 도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중독 질환에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하는 것이다. 도박 중독의 예방을 위해 도박에 빠지게 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박 중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도박 자체가 지닌 몇 가지 특성들이 사람으로 하여금 도박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도박중독자들도 처음부터 돈을 따기 위해 도박을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개의 경우 심심풀이,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중독에 빠지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특히 도박을 하기 시작한 초기에 돈을 따는 경험이 도박 중독의 발병에 크게 작용을 한다. 초기에 돈을 크게 딴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중독에 빠지게 될 위험이 높다. 큰 승리의 경험이 기억으로 남아있어, 비록 지금은 잃고 있지만 언젠가 다 만회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크게 따지만 않으면 중독이 되지 않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 자체를 즐겁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돈을 땄을 때보다도 오히려 결과를 보기 직전에 쾌감회로 활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슬롯머신이나 룰렛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 블랙잭에서 카드가 뒤집혀지기를 기다리는 순간에 쾌감이 최고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데에는 초기의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도박의 또 한 가지 특성은 ‘간발의 차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돈을 잃어도 경마에서 말이 2등으로 들어오거나 슬롯머신 세 그림 중 두 개가 일치하는 등의 결과로 돈을 잃게 되면, 이를 단순히 ‘돈을 잃었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슬아슬하게 놓쳤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는 생각은 실제 우리 뇌 속의 쾌감회로를 크게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도박에는 ‘직접참여 효과’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직접 개입하여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 많은 돈을 걸고 더 오래 도박을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토토와 같이 자신이 게임을 잘 분석하면 결과를 맞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게임의 경우 중독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지노 도박 중 가장 중독성이 적은 것은 룰렛 게임인데, 이는 그만큼 자신이 직접 개입할 여지가 가장 적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박의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도박 중독의 마수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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