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다른 거짓말
사뭇 다른 거짓말
  • 제주일보
  • 승인 2017.02.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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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 제주문인협회장

자랑은 아니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다. 크던 작던 매일 거짓말을 하게 된다. 사소한 약속을 어길 때에도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는 얘기다. 바쁘지 않으면서도 바쁘다는 식으로, 거짓말이라는 것은 문화이다. 문화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따른다. 그렇지 않고 그냥 사실만을 얘기하는 건 문명이라는 것이다.

이태리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봐도 예쁘다고 한다. 그냥 예쁘다가 아니라 “우와아, 예쁘다”라고 한다. 그게 문화다.

원래 언어 자체가 이미 여러 가지 거짓말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참’이라는 게 정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치가가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것도 방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할 생각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거짓의 표현을 써서 대답한다.

거짓말은 인간의 문화로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꼴 보기 싫은 상대에게 꼴 보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심정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당신같이 좋은 분이 계셔서 이 세상이 평화롭다든지, 당신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든지.

사회에는 여러 가지 거짓말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하는 후보들의 공약이 우선 그렇다. 예를 들어 70세 이상의 노인에게 의료비를 전부 무료로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고 하자, 거짓말임에 뻔하다. 그런 일을 실제로 행하면 병원마다 노인으로 넘쳐 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입원을 하려고 해도 불가능해진다.

거짓말은 유머가 뿌리에 없으면 안 된다. 유머가 있어야 거짓말은 윤활유가 된다. 속았다는 생각 없이 웃어넘길 수 있는 거짓말. 그게 거짓말이다.

우리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여러 형태로 거짓말을 한다.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비난하지만 자신에게 하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자기가 나쁘면서도 환경이 나쁘다던가. 저 사람이 이렇게 만들었다든가. 결코 자신이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인간은 원래 거짓말을 한다. 타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그럴 바엔 사람과의 관계에서 유머가 깔린 윤활유가 되는 거짓말을 하면 어떨까. 듣고, 웃고, 즐겁게 에너지로 삼을 수 있는 거짓말은 불가능한 일일까.

정직하지 않으면, 자기비판의 정신이 없으면 한 나라의 역사는 결코 승화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질도 높아질 수는 없다. 이제 정치가들의 거짓말은 듣고 싶지 않다. 정치프로는 정치가다. 그들은 거짓말의 능력자다. 그 누가 한 거짓말보다도 그들의 거짓말에 깊이 상처를 받는다.

모든 예술도 거짓말이다. 다른 세계로 데려가서 거기에서 혼을 고양시켜준다. 정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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