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23 1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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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요주의 인물명부’를 의미한다. 처음 미국에서 노동관계의 은어로 사용되었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새로운 사업소의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 전임 조직책을 파견한다.

조직책은 대상사업소에 취직하여 대상사업소 종업원과의 접촉을 통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해 나간다.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에 대항하여 사용자는 조직책의 인물명부를 이용하여 이에 대응한다.

이 인물명부가 바로 블랙리스트이다. 한편 노동조합도 부당노동행위가 두드러진 기업을 밝혀내 요주의 기업의 명부를 작성하였는데 이것 역시 블랙리스트라고 한다.

1990년 10월4일, 국군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블랙리스트를 폭로했다.

군은 무려 1300여 명의 민간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대부분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다. 군이 민간인을 왜 이렇게 곰살궂게 챙겼을까. 가족들 직장에까지 기관원이 찾아와 괴롭혔다. 보안사는 결국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보면서 갑자기 보안사 민간인 사찰파문이 떠오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한 예술인과 세월호 침물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를 하거나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에 대해 작성한 문서이다.

블랙리스트에 소설가 한강이 포함되어 있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였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를 아시아 작가로서 처음 수상이다. 역대 최연소 작가 수상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국가적 위상을 높인 만큼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는 것은 마땅하다. 축전을 보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역시 블랙리스트에는 고은 시인도 포함되어 있다.

고은은 한국 시 문단의 거목이다. 요즘 ‘만인보’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 아드리아노신 전에서 열린 ‘국제시인상’도 수상했다. 아시아 시인으로는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매년 노벨문학살 수상 후보에도 오르고 있다.

고은 시인의 지적처럼, 정말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구역질나는 정부가 되려는 것일까? 그것은 아주 천박한 야만이다.

한 번도 저 밑바닥 국민이 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니 추잡한 꼴이 되고 말았다.

블랙리스트에는 모두 9473명의 이름이 올랐다. 제주지역 예술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예술인으로서 현실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다.

지금이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인가? 블랙리스트라는 검열은 창작인에 대한 모독이며 창작에 대한 심각한 자유 침해다.

시대의 목소리는 예술 창작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을 지금 정부는 모르는가?

또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가 기존에 알려진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사실상 한국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작성·실행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청와대는 모든 수석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 티에프(TF)’를 만들어 463개 정부위원회를 전수 조사하는 방식으로 ‘좌편향 인사’들을 걸러내고 있었다. 이를 위해 2014년 5월 좌편향 인사 8000여 명, 3000여 개 문제 단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정부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예술인들을 함부로 대하고 말았다.

예술은 권력을 풍자하고 시대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중 하나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예술적 무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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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 2017-02-24 08:38:20
미국 민주당도 블랙리스트 있다 ?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70220/104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