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린치 신부의 '호스피스'지원 호소
맥그린치 신부의 '호스피스'지원 호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20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사람은 생(生)의 마지막 순간을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통계조사 결과도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57.2%)이 자신의 집에서 임종(臨終)을 맞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기 원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두사람 (16.3%)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자신의 집에서 임종한 사람은 열 명 중 한 두 사람(17.7%)뿐이었다. 사망자 열 명 중 7명 이상(71.5%)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나머지(10.8%)는 각종 시설 등에서 사망했다.

자신의 생을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임종 희망장소와는 달리,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라는 얘기다. 이런 희망과 현실의 괴리는 말기 암환자 등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병원 치료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연명치료가 늘어나면서 병원 사망자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암환자의 경우, 열 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숨진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고 연명치료가 고통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연명치료가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개인이나 사회의 경제적 부담도 크다.

65년간 제주도에서 사목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일랜드출신 사제 맥그린치 신부가 가난한 말기 암 환자 등을 위해 설립한 ‘성이시돌 호스피스 병원’에 도민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가장 불쌍한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며 “임종을 앞둔 사람과 그 가족들을 보살피고 편안히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호스피스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예수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5000명의 군중을 먹여 살렸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요크셔종 돼지 한마리로 제주에서 실현했던 사제다.

이 맥그린치 신부가 모든 사람이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를 호소하고 있다.

그가 세운 호스피스 병원은 국민 화두가 되고 있는 ‘편안한 죽음’을 돕는 중요한 국민복지 사업일 뿐 아니라 의료보험 만성적자를 일부 해결할 사회공헌 사업이기도 하다. 호스피스야말로 마지막까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유지하도록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다.

그러나 그 특성상 적자구조일 수밖에 없어 당연히 공공부분에서 그 부담을 떠안아야할 분야이다.

우리 제주사회가 맥그린치 신부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이 호스피스 병원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삶을 마칠 수 있는 의료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의 의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