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아침바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14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옥순. 현대문예제주작가회 회장

[제주일보] 물이 가득 들어찬 숲섬 앞 바닷가에서의 아침이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안무를 동반한 왈츠를 연주하고 있음 같다. 뜻밖에 만난 느낌들이 나를 그 속으로 유혹한다. 푸른 도나우강을 감상하고 있는 듯 어느새 차분해진 마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출렁이는 물결 따라 진지하게 빠져든다.

먼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온다. 해안 가득 모습을 드러낸 바위를 향해 손을 맞잡은 무희들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파도는 온 몸으로 입 맞추고 포옹하고 사라지는 춤을 계속해서 추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파도의 춤사위에 잠시 피곤을 느껴버린다.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다고 중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나를 향해 던지는 파도의 충고가 가슴 속을 헤집고 들려온다.

조금은 부끄럽고 실망스런 생각이 가슴을 짓누른다. 초라해진 마음에 위로를 해야겠다.

어제보다 더 고요해진 바닷길엔 갖가지 들풀들이 파란 옷 너울춤은 평화를 기원하는 연주를 계속한다, 길 옆 터줏대감 노송도 푸른 솔잎을 흔들며 침묵의 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지금 내 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아름다운 바다와 바닷가의 생명체가 하나 되어 매머드 공연을 펼치고 있음이다.

사람들 삶의 모습을 닮으려 함인가? 화합을 갈망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보는 듯 무언으로 전해져 오는 그들의 속삭임이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없는 장면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주변의 모두가 하나 되어 아름다운 그림과 느낌으로 뇌리에 그려지는 이 전경이 말이다.

저 멀리 아주 나지막한 모습이 지귀도와 바로 내 앞에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있는 숲섬은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멋진 풍경이 되어 펼쳐진 자연의 조화에 탄성이 절로 난다.

서서히 물이 빠져 나간다. 해변의 친구들과 대화를 끝냈나보다. 크고 작은 검은 바윗돌들이 밤새 물에 씻긴 검고 싱그러운 나체를 보는 듯 갑자기 눈이 즐겁다. 아직 반쯤 물에 잠긴 바위가 파도와 놀이를 한다. 그들은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혼란스런 마음을 읽었음인 듯 내 앞에서 펼쳐진 자연의 움직임들은 착잡한 마음에 하얀 백지를 펼치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으로 자신을 지키면서 주위의 모두와 조화를 이루며 상생의 삶을 사는 모습을 써내려 간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