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자유당의 데자뷰
자유한국당, 자유당의 데자뷰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2.0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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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8일 새누리당이 새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한다는 보도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새누리당은 아니지만 전신을 따지자면 현재의 집권 여당은 기자에게 많은 추억이 남아 있다.

기자가 국회 출입기자로 발령을 받고 여의도에 발을 내디뎠던 1997년 7월 당시 여당의 명칭은 신한국당이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대연정’이라는 명목 하에 민주자유당을 만들었으나 이후 정권을 잡은 김영삼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의 선명성을 내세우기 위해 ‘역사 바로세우기’·‘5·6공 잔재청산’ 등을 구호로 내걸고 쇄신하는 작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1995년 12월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기자는 이 신한국당 출입기자로 여의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연히 기자가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신한국당 당사였다.

기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신한국당 당사 정문의 분위기였다.

국회 의사당 정문에서 100m 정도에 위치한 당사는 정문에 전경대가 배치돼 오고가는 사람들을 검문했다. 물론 당사 출입도 출입증이 없으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기자도 몇 번이나 대변인실에 연락을 해서야 엘리베이터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무시무시했던 신한국당이 4개월 후에는 갑자기 한나라당으로 명칭을 바꿨다.

신한국당은 당시 민주당과 합당을 하면서 당명 변경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부패의 구정치 구도와 행태를 청산하는 정치혁신을 통해 국민 대통합의 선진 민주정치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인류의 공동번영에 이바지하는 21세기 위대한 선진 한국을 창조한다는 기치를 내건다.’

웃긴 이야기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제15대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합당이었다. 하지만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전락했다.

신한국당만이 아니라 여야를 불문하고 이후 대한민국 정당의 명칭은 기자도 다 외우지 못 할 정도이다.

그동안 당명 변경은 나름 이유가 있었고 기자도 수긍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한 당명을 보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말을 줄여 쓰는 습관이 있다. 한 예로 문화체육관광부를 약자로 쓸 때 문광부냐 문화부냐 문체부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정부 쪽에선  문광부를 꺼려했다. ‘미칠 광(狂)’가 떠오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누리당이 정한 자유한국당을 기자들이 아무런 의도없이 줄여쓰면 ‘자유당’이다. 특히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들은 당연히 자유당이라고 뽑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 지 궁금한 대목이다.

김성원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의원총회에서 국민에게 새로 태어나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대(對) 국민 공모를 통해 ‘국민제일당’, ‘새빛한국당’, ‘으뜸한국당’ 등 3개를 선정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지난달 26일 이를 폐기하고 자유한국당, 행복한국당, 국민제일당, 보수의힘 등 4개 당명을 후보군으로 다시 선정해 책임당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27%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 당명에 대해 당 관계자는 “새 당명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 보수의 가치가 잘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기자가 한 정당의 명칭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아니 자유한국당이 밝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당명결정에 반영한 전문가가 누구냐는 것이다. 그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왜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을 권유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것이 오해를 없애는 길이다.

기자의 바람은 ‘전문가’가 작명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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