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의 정신은 무얼까?
그럼 우리의 정신은 무얼까?
  • 제주일보
  • 승인 2017.02.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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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 우도초·중학교 교장 / 수필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덕 있는 사람이다. 덕 있는 사람은 인덕과 공덕을 쌓는 사람이다.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덕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김만덕 할망은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덕을 수천 수만 도민들에게 베푼 분이 만덕 할망이다. 거상 김만덕은 과정에서 깨끗하게 돈을 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할망은 가진 모든 것을 굶어 죽어가는 제주선인들을 위해 내놓았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1840년 제주에 유배 왔던 추사 김정희는 할망의 선행을 듣고 그의 양손주인 김종주에게 은광연세(恩光衍世)를 선물하였다. 은혜로운 빛이 넘치는 세상은 추사 김정희가 꿈꾸던 세상이었을 것이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 것(以德報怨)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원한은 바른 것으로 갚고, 은덕은 은덕으로써 갚아야 한다(以直報怨 以德報德)’라고 공자는 답했다. 공자의 바른 것, 즉 정직함(直)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직함이란 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이고 이치이다.

미국에는 청교도 정신의 한 갈래로 청부(淸富)사상이 있고, 한국에는 유교이념에서 비롯된 청빈(淸貧)사상이 있다. 청부사상은 깨끗한 부자가 되자는 의미이다. 청빈사상은 가난하더라도 깨끗하게 살자는 뜻이다. 극과 극이 통하듯 청부사상과 청빈사상은 통하는 사상이다. 그러나 청부사상은 회자되지만 청빈사상은 잊은 지 오래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저그버거는 첫 딸 낳은 기념으로 주식의 90%를 자선재단에 기부하였다. 그래서 자선자본주의란 말이 등장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미란다 이름을 넣은 빌게이츠 엔 미란다 재단은 세계 최빈국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전개하고 있다. 가진 사람이 더욱 명예와 존중을 받고 있는 사회가 미국인가 싶다.

5000년의 우리역사에 비해 턱없이 짧은 500년의 역사도 안 된 미국이 부러운 것은 교육이다. 가정교육에서 비롯된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지향점은, 3대 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청교도 정신, 개척정신, 실용주의 사상이 그것이다.

교육을 통해 가문을 번창시키기도, 지역과 나라를 부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교육을 만사(萬事)라고도 한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교육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국가적 대업이다. 온 국민이 참다운 교육자라는 자부심이 생길 때 우리의 교육은 만사가 될 것이다.

세계 지질공원·식물권보전지역·자연유산에 빛나는 유네스코 3관왕의 자연환경을 물려받은 제주도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고·양·부 삼성이 벽랑국 세 공주와 결혼하여 후손을 번창시킨 설화에서 보듯 예로부터 제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섬마을 왕국이다. 섬마을 왕국을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데는 과거와 미래를 소중히 연결하려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제주도로 가꾸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뀔 수 없는 숭고한 일이다. 이러한 숭고한 일에 가정·학교·지역사회 그리고 원주민·이주민·행정가가 나서야 할 적기를 우리는 맞고 있다. 그러함이 곧 제주도의 새 바람이고 새 희망일 것이다.

제주 마을 이름에는 안덕, 함덕, 귀덕, 덕수, 덕천 등이 있다.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마을이고 덕을 숭상하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성예언 하듯 이름을 짓는다. 제주선인들은 제주섬의 도처에 아름답고 귀한 보배들을 숨겨놓은 듯하다. 비양도와 차귀도 전설이 그렇고, 제주본토와 성산도처럼 우도와 비양도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의 설치예술이 그렇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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