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이 脚註(각주)에 쓰는 史實(사실)인가
'제주4·3'이 脚註(각주)에 쓰는 史實(사실)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1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역사는 정밀한 답(答)을 구하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역사 서술(敍述)은 역사가의 일종의 신념행위라고 한다.

역사 서술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때문에 역사가들은 절대로 ‘하나의 역사’를 믿지 않으며, 역사는 역사가들의 다양한 통찰력이 바탕이 된 학문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해 온 것은 그런 이유다. 정부가 국정(國定)으로 ‘하나의 역사’를 기준(基準)함으로써, 역사서술의 다양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이와함께 향후 1년간 민간 출판사들에 의해 개발될 새 검정교과서 집필기준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올 3월부터 희망학교(연구학교)에 시범 적용되고, 내년에는 검정교과서와 함께 전국 6000여 곳 중·고교에 보급된다.

하지만 역사학계를 비롯한 교육계와 시·도 교육청,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쳐 이 국정교과서가 정착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최종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 가운데 새마을운동과 유신독재, ‘5·16’ 기술 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가 새마을운동에 대해 성과와 함께 “한계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음을 유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서술 분량이 당초 현장 검토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유신독재와 안보위기를 연계하고, 5·16혁명공약 등도 그대로 담겨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지난해 발표한 현장 검토본의 단순 오류만을 바로잡는데 그쳐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제주4·3’ 사건과 관련해서는 중·고교 국정교과서 모두 본문에는 변함이 없고 하단에 각주(脚註) 두 문장을 다는 데 그쳤다. ‘제주4·3’이 고작 각주로 달릴 사실(史實)인가. 한국현대사의 최대 사건인 ‘제주4·3’을 보는 눈이 이렇게 편협(偏狹)한 것이다.

전국 시·도 교육청 대부분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가운데 제주도교육청도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러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8곳은 아예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공문 조차 일선학교에 내려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이 교육부의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내고 오는 10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의 이런 결정은 매우 현명하다.

일선학교의 선택권을 가로막아, 학교 현장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다양하고 균형감있는 사관(史觀)을 심어주는데 있다. 정부가 ‘하나의 역사’를 기준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