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그리고 동백아가씨
동백꽃, 그리고 동백아가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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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제주일보] 동백꽃이다. 낙화(落花)의 진수다. 목이 뚝 하고 떨어지니 말이다. 동백은 겨울꽃이다. 제주에는 동백이 많다. 제주도에서 동백을 소재로 한 관광지로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이나 유료 시설로 운영되는 카멜리아힐 등이 있다. 카멜리아힐인 경우 10만평 규모에 4만여 그루가 심어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찾으려면 ‘위미동백군락지’가 그만이다. 위미동백군락지는 제주도기념물 39호로 동백꽃은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치며 조금씩 꽃을 피우다가 이른 봄부터 본격적으로 피고 지며 붉은 융단을 깐 듯 꽃송이들을 땅에 떨군다. 신흥리 동백마을도 있다. 도로 위에 수북이 쌓인 붉은 눈. 마치 자연이 만들어준 레드 카펫을 밟듯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신흥리 동백마을은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겨울을 맞은 신흥리 동백마을은 기쁨과 설렘으로 붉은 빛을 뿜어낸다. 데크로 만든 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 좋으며 동백비누 만들기, 동백숲 올레탐방 등 체험도 가능하다. 길을 걷는 내내 탄성과 함성이 가득하다.

동백하면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로 1960년대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영화 주제가였던 ‘동백아가씨’는 앨범에 나오면서 당시 전국의 극장주들은 그때까지 2000원이었던 이미자의 극장 쇼 출연료의 20배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이미자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

악사들에게 지불할 연주비가 부족했던 지구레코드사도 이미자 덕분에 메이저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작곡가 백영호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그땐 술집에서 술값 대신 ‘동백아가씨’ 음반을 한 장 구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1964년 겨울에는 청년들이 서울 충무로 음악감상실인 ‘세시봉’과 ‘서린 동경음악실’에서 ‘동백아가씨’를 합창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외국 팝을 선호했던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미자는 파월 장병들이 초청 희망 1순위로 손꼽는 가수이기도 했다. 그는 1965년부터 5년간 때때로 월남을 방문해 ‘동백아가씨’를 애절하게 불렀다. 장병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위문 공연의 공로로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치하를 들은 것은 물론, 1973년 방한한 베트남 티우 대통령에게서 최고 문화훈장을 받았다. 외국 문화훈장을 받은 첫 가수인 그는 이후로도 국내·외에서 3번이나 훈장을 받으며 최다 서훈가수가 됐다.

1965년 말에는 ‘동백아가씨’ 열풍이 잠시 주춤했다. 라이벌 레코드사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 한국방송윤리위 가요심의전문위원회에 의해 방송금지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열풍은 현해탄을 넘어가 일본으로 향했다. 1966년 일본의 빅터레코드사에서는 이미자의 싱글 3장을 제작했는데 그 중 2장이 ‘동백아가씨’ 음반이었다. 이 음반에서는 일본 정서에 맞게 제목을 ‘사랑의 빨강 등불’로 변경하고, 가수 이름도 이미자의 일본식 발음인 ‘리요시코’로 실었다.

이미자가 일본말로 노래를 취입했다는 소문에 반일 감정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과 노래에 대한 호기심이 뒤섞이면서 ‘이미자 히바리고마도리 유행가집’이라고 쓴 해적 음반까지 음성적으로 판매됐다. 1987년 ‘동백아가씨’는 ‘유달산아 말해다오’ 등 5곡과 함께 22년 만에 해금됐다. ‘동백아가씨’는 배호, 송해, 최진희, 김유경, 아이리스, 윤도현밴드 등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리메이크됐다. 이 곡은 지금도 국민가요로 사랑받고 있다. 추울수록 붉게 피는 동백, 이 겨울에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제주의 동백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홀로 자랑스럽게 봄빛을 내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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